[여야 합의 하루종일 오락가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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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용갑(金容甲)발언 파문' 에서 벗어나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한 여야 협상은 15일 온종일 결렬→합의→결렬→재합의로 엎치락 뒤치락했다.

국회는 우여 곡절 끝에 오후 10시20분에야 가동됐다.

◇총무 합의〓민주당 정균환(鄭均桓).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총무는 오후 회담에서 가까스로 수습안을 마련, 파문을 마감하는 듯했다.

그 내용은 ▶金의원 발언(민주당은 한나라당 2중대)의 속기록 삭제▶정창화 총무가 대신 언론에 유감을 표명키로 한 것.

당초 정균환 총무는 金의원의 직접 사과와 金의원에 대한 한나라당의 자체 징계를 요구했다가 후퇴한 것이다.

오후 5시30분 합의 뒤 정창화 총무는 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金의원의 발언으로 국회가 파행된 데 대해 국민께 유감의 뜻을 표한다" 고 말했다.

'합의 내용을 실천한 것. '

정균환 총무도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파행이 지속되면 공적자금 등 현안이 뒤로 밀려 국정 운영에 부담이 생길 것이므로 이 정도 선에서 매듭지었다" 고 설명했다.

◇ "잉크도 마르기 전에" 〓양당 총무의 합의는 두 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민주당이 오후 6시50분 독자적으로 金의원 징계(제명) 동의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국회 귀빈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며 펄쩍 뛰었다.

함께 있던 정창화 총무는 정균환 총무에게 전화를 걸었다.

"징계안이라니 무슨 소리냐. 합의문의 잉크도 마르지 않았다." (정창화)

"우리 내부의 일이다.金의원이 직접 사과한 것은 아니므로 징계안을 낸 것이다." (정균환)

정창화 총무는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정균환 총무는 "징계안 제출은 정당하다" 고 버텼다. 정창화 총무는 '본관 146호에서 열리고 있던 '한나라당 의원총회장으로 급히 달려갔다.

그리고 "민주당이 국회 정상화 합의를 깨뜨렸다. 징계안이 철회되지 않으면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 고 말했다.

그러자 의석에서는 "뒤통수를 맞았다" "총무의 유감 표명을 취소하라" 는 등 격앙된 발언들이 튀어나왔다.

비슷한 시각 민주당도 원내 대책회의를 열었다. 정균환 총무는 "金의원 징계는 국회 정상화 합의와는 별개 문제로 우리 당 의원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것" 이라고 강조했다.

천정배(千正培)수석부총무는 "한나라당도 우리 당 이원성(李源性)의원 등에 대해 일방적으로 징계안을 내지 않았느냐" 고 반박했다.

이어 민주당은 오후 9시쯤 의총을 열어 한나라당 요구를 들어줄 수 없으며 본회의에 불참하면 단독국회를 연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 소식을 들은 이만섭 의장은 두 鄭총무를 불러 중재안(징계안 본회의 보고 보류)을 냈고, 이를 두 총무가 받아들여 국회는 겨우 정상화했다.

이상일.박승희.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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