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화훈장 받는 서창교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앞으로도 한일간 우호를 넓히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탤 생각입니다. "

15일 일본정부로부터 문화훈장 수상자로 통보받은 서창교(徐彰敎.68.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사진)씨. 다음달 1일 대구에서 '훈5등서보(瑞寶)훈장' 을 전달받는 그는 "훈장을 주니 고맙긴 하지만 그보다 징용자 등 일본땅에서 죽어간 한국인들에 일본정부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고 말했다.

徐씨는 지난해 미스자키 린타로(水崎林太郞)라는 잊혀진 한 일본인의 방치된 무덤을 이전, 단장하는 등 그동안 한일우호에 노력해왔다.

린타로는 일제시대 일본 기후(岐阜)시장을 역임하고 1915년 한국으로 건너와 개척농민으로 대구에 정착한 인물. 그는 가뭄으로 고생하는 대구지역 농민들을 위해 땅 3천평을 희사, 오늘날 대구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수성못을 축조했다.

린타로는 1939년 대구에서 생을 마쳤다. 그가 병석에 누워 있는 동안 한국인들의 문병이 이어졌고 그는 '수성못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묻어 달라' 고 유언했다. 해방이 되면서 그는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졌고 무덤은 방치됐다.

이 사실을 접한 徐씨는 사재 2천5백만원을 털어 봉분도 없는 린타로의 무덤을 이장하고 공덕비를 세웠다. 일본 기후시는 지난 5월 그런 徐씨를 첫 해외 명예친선대사로 임명했다. 단장 덕분에 린타로의 무덤은 올들어 대구를 찾는 일본인들의 순례코스가 되고 있다.

이밖에도 徐씨는 한일친선교류회장 등을 맡아 20여년 전부터 대구경북재향군인회.대구불교문화교류회 등 지역 기관을 일본지역 관련단체와 결연시키는 일에도 앞장서왔다.

"앞으로 기후시와 수성구의 자매결연을 추진하고, 검도.다도.서예 등 양국의 전통문화 교류도 넓혀나갈 계획입니다."

송의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