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용갑 의원의 너무 나간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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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의원이 민주당을 '조선노동당 2중대' 라고 매도한 것은 너무 심했다. 여당의 정책에 대한 비판 끝에 나온 말이라고는 하지만 비판에도 지켜야 할 금도(襟度)가 있다.

아무리 면책특권이 있다 해도 국회의원의 발언은 책임질 수 있는 근거가 있는 말이어야 한다. 무작정 내뱉는 발언은 국회의원 전체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국회의 토론문화를 해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金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민주당의 국가보안법 개정 추진을 비판하던 끝에 "결국 김정일이 통일전선전략을 남한 내에 구현하는 데 집권 여당이 앞장서는 결과로 나타날 것" 이라며 "이러니까 사회 일각에서 민주당이 조선노동당 2중대라는 말이 나오는 것" 이라고 말했다.

金의원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국가보안법 개정을 섣불리 추진할 경우 북의 통일전선전략에 말려들어 심각한 안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그 나름대로의 충정에서 나온 경고라고 생각된다. 평소 강한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그로선 제기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그 표현이 조선노동당 2중대 운운으로까지 나간 것은 이만저만한 모욕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이 발끈할 만도 하다.

문제의 발언만 없었더라면 남북 정상회담 이후 형성된 남남 갈등의 본질을 놓고 생산적 토론이 전개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엉뚱한 발언으로 상대의 감정만 긁어놔 토론은커녕 본회의가 중단되는 사태를 빚고 말았다. 시정의 싸움도 으레 말꼬투리 잡기로 번져 시비의 본질은 저만치 가버리기 일쑤다. 金의원이 왜 그런 우(愚)를 자초했는지 안타깝다.

金의원은 잘못된 발언에 대해 깨끗이 사과하고 속기록도 자진 삭제하는 게 도리라고 본다. 아울러 돌출하는 작은 사안 사안마다에 국회 전체가 파행을 겪곤 하는 '냄비 정치' 행태에 대해서도 여야 정치권이 되돌아볼 것을 당부한다. 말꼬투리를 잡고 늘어져 세월만 허송하기엔 지금 시국이 너무 위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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