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마을'에 내집 마련 구갑종씨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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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딸린 단칸방에서 8년간 살아온 아이들에게 번듯한 보금자리를 안겨 준 기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어요."

구갑종(具甲鍾·40)·김처순(金處順·37)씨 부부는 이 마을에 입주한지 두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다고 했다.

전남 곡성 출신인 具씨는 전라도 광양땅에 살면서 경상도 하동의 일터로 매일 섬진강을 건너 출근한다.경남 하동군 하동읍 미도빌라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일을 맡고있기 때문이다.

큰 딸 혜진(11·초등 5년)과 작은 딸 원진(9·초등 3년)이가 "친구들 보기 창피하니까 전세방이라도 얻어 아파트를 떠나자"고 했을 때 이들 부부는 밤새 부둥켜 안고 울었다고 했다.

具씨 부부는 이 마을이 조성될 때 벽돌쌓기와 페인트 칠하기 봉사 활동를 했다.집을 갖게 된다는 설레임과 딸에게 예쁜 방을 안겨줄 수 있다는 기대로 두 달간의 막노동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부인 金씨는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남 돕는 것은 생각조차 못했었다"며 "내가 풍족해야 남을 돕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곳에서 만난 자원봉사자들한테 배웠다"고 말했다.

具씨 부부는 내년 여름 휴가 때 집짓기 운동연합회에서 펼치는 특별건축사업에 자원봉사자로 참가 이웃의 은혜에 보답할 계획도 갖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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