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쌀 협상, 정서보다 국익을 고려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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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쌀 협상이 막바지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정부는 쌀 시장을 계속 열지 않고 의무수입물량(MMA)만 조금 늘리려는 전략이지만 미국.중국 등 쌀 수출국이 요구하는 물량이 워낙 많아 난항을 겪고 있다. 그들의 요구대로 할 바엔 차라리 쌀에 높은 관세를 물리는 조건(관세화)으로 수입을 자유화하는 게 낫지 않으냐는 의견까지 나온다. 한국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 따라 올 연말까지 관세화냐, 아니면 지금처럼 값은 싸지만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물량(국내 소비의 4%)을 늘릴 것이냐 양자택일해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중 쌀을 개방하지 않은 나라는 우리와 필리핀뿐이어서 더 이상 개방을 피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느 쪽이든 상당한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정부는 정치적 부담이 적은 물량확대에만 더 이상 매달리지 말고 국익 차원에서 신축적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쌀 문제에 관한 한 역대 정부는 실리보다 국민정서와 농민을 먼저 생각했다. 그 결과 훨씬 큰 비용과 대가를 치렀다. 이번만은 국가와 후손, 그리고 농민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정치적 고려 대신 국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예상된 여건 변화에 좀더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농민단체들은 논 갈아엎기 등 반대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정부의 설득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 눈치만 보지 말고 국민에게 우리의 실상을 전하고, 무엇이 진정 국익과 농촌을 위하는 길인지를 설득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농업과 농민대책도 좀더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부는 향후 10년간 농업에 119조원을 지원키로 결정했다고 큰소리치지만 돈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난 10년간 69조원을 퍼부었지만 농업은 더욱 피폐해진 점을 생각할 때 농민단체와 농민의 협조, 그리고 농업경쟁력을 높이는 종합대책 없이는 또다시 돈만 낭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농민단체들도 무조건 반대, 과격한 투쟁보다는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협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