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선거자금 뿌려진 미국 대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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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 대선은 당내 경선까지 포함해 1년 내내 계속되는 전국적인 축제다. 여기에는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선거운동을 벌이는 자원봉사자와 지지후보를 응원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수백만 군중들이 등장해 깨끗한 정치문화를 보여준다.

그러나 미국 선거의 이면엔 엄청난 돈이 뿌려지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선 미국 경제 호황에다 민주.공화당 대선과 연방 상.하원 후보들간 치열한 경쟁 때문에 더욱 많은 선거자금이 들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6일 선거자금 추적기관인 '리스폰시브 폴리틱스연구소(CRP)' 집계를 인용해 대선과 연방.주의회 선거에서 대략 40억달러(약 4조5천억원)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과거 최고를 기록했던 1996년 선거 때보다 50% 가량 늘어난 것이며, 미국 내 세제(洗劑)시장 규모(47억달러)에 맞먹는 액수다.

이중 앨 고어 후보와 조지 W 부시 후보가 지난달 말까지 공식 선거운동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은 대략 3억3천5백만달러(약 3천7백억원). 부시는 1억8천7백만달러를, 고어는 1억3천3백만달러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출처는 주로 기부금과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가 지원하는 선거자금(부시 6천7백56만달러, 고어 8천3백16만달러)이었다.

이 대선자금은 96년(2억3천만달러)보다 50%가 많은 액수며, 92년(1억6백만달러)에 비하면 세배로 늘어난 것이다.

주의회 출마자까지 포함해 이번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가장 많은 돈을 쓴 항목은 광고와 컨설팅 비용. 민주.공화 양당이 TV.라디오.인쇄매체 등에 쓴 돈은 약 6억달러(6천6백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역시 96년보다 40%, 92년에 비해 두배로 늘어난 액수다. 또 두 당은 여론조사 추이를 분석하고 선거전략을 짜는 정치컨설팅 전문회사를 4~5개씩 거느리며 매달 수백만달러를 뿌렸다.

당초 이번 선거는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된 뒤의 첫 선거란 점에서 각 후보들이 '전자유세와 홍보' 를 통해 선거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기업이나 이익단체가 각 후보나 정당을 지지하는 각종 외곽단체에 대는 거액 선거자금인 이른바 '소프트 머니' 를 규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반대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 뉴욕대학 조사에 따르면 부시 후보가 TV광고에 들인 돈은 2천8백만달러 정도였으나 공화당이 외곽단체에서 지원받아 지출한 TV광고비는 3천6백만달러였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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