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의 라이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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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소니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대는 누구일까요?”
몇년 전부터 문화콘텐트 업계에 떠돌던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내면 여러 가지 답이 나옵니다. 주로 삼성이 제일 많이 언급되죠.

하지만 출제자가 의도한 정답은 나이키입니다. 이유는 대충 짐작하시겠죠. 소니가 주력해 만들어온 상품은 ‘실내용’입니다. 소니 입장에서 사람들은 방에 앉아 브라비아나 트리니트론(TV) 화면을 보고, 바이오(노트북 컴퓨터)를 쓰고,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하죠. 하지만 나이키는 ‘실외용’입니다. 풀밭에서 뛰어 놀고, 물속에서 헤엄을 치며, 눈밭에서 속도를 즐기려는 사람들을 위해 제품을 만듭니다.

사람에게 시간과 돈은 유한한 자원이죠. 그 시간과 돈을 어디에, 얼마나 쓰느냐를 두고 소니는 나이키와의 진검 승부를 염두에 두었던 것입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예르바부웨이나 센터에 ‘우리 시대의 천재’ 스티브 잡스(사진)가 희한한 놈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680g짜리 컴퓨터 ‘아이패드’였습니다. 평범한 대학노트만 한 크기의 이 기기는 만능박사입니다. 영화를 볼 수 있고, 노래를 들을 수 있고, 전화를 걸 수 있습니다. 화면 속 키보드를 두드리며 문서를 작성할 수 있고, 책을 읽을 수 있고, 지도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잡스는 이렇게 일갈했습니다. “애플은 모바일 기기 회사다.”

이 말은 언제 어디서나 정보와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를 애플이 활짝 열어젖혔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죠. ‘실내’에서 ‘실외’로까지 진출하겠다는, ‘나이키들’을 위한 선전포고에 다름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소니도 진즉 나서긴 했죠. 걸어가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워크맨을 내놨으니까요. 애플의 ‘아이패드’야말로 ‘21세기의 워크맨’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아이패드’의 라이벌은 누가 될까요. 그리고 이들의 싸움에서 우리는 누구의 손을 들어주게 될까요.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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