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의 연속… 李3단 이미 평상심 상실
제8보 (163~182)〓좌변 흑진이 초토가 된 것도 모자라 중앙 흑 석점마저 잡혔다.
천만다행으로 흑대마는 선수로 살아 있어 173으로 5점을 잡을 수 있었지만 대세는 누가 봐도 역전무드( '참고도' 백1로 차단해도 흑 2~6까지 넘어갈 수 있다).
검토실에서도 많은 프로들이 "세돌이가 억울하게 됐다" 며 그의 탈락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당사자인 이세돌3단도 이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당혹해 온몸이 뜨끈뜨근한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흑은 아직 지지 않고 있었다. 집을 한번 세어보자.
▶흑집〓좌변과 좌하 10집, 우상 28집, 우하와 중앙 27집, 합계 65집
▶백집〓하변과 중앙 일대 27집, 좌상귀 30집, 우상 4집, 합계 61집
덤이 6집반이니까 계산상으로는 백이 2집반을 이기고 있다. 그러나 이 바둑은 좀 다르다. 선수를 쥔 흑이 중앙으로 진출하다 보면 흑집이 한두집 붙을 수도 있다.
또 만약 흑이 중앙에서 선수를 잡아 A로 한점을 잡을 수 있다면 흑집은 5, 6집이 확 불어난다. 그리고 중앙과 이곳을 마지막으로 끝내기도 없다.
바둑은 의외로 숨막히는 박빙의 승부였고 좀더 정확하게 얘기한다면 흑쪽에 부가 있는 승부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세돌의 가슴 속이었다.
그의 가슴은 자신이 둔 엉터리 수들에 대한 자책과 역전의 상처로 갈갈이 찢겨진 상태였다.
판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모든 것을 잊고 다시 한번 집을 헤아려보는 냉정함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달아올라 있었다. 그는 졌다고 단정하고 있었다.
박치문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