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여당의원 41명 "탄핵지지" 탈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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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마닐라=외신종합] 뇌물 수수 혐의로 사임 압력을 받고 있는 조셉 에스트라다 필리핀 대통령은 2일 자신의 사임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하자고 제안, 사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에스트라다는 측근들의 이탈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연 뒤 성명을 내고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국민투표를 결심했다" 고 말했다.

그는 야당이 자신의 사임을 전제로 제안한 과도정부 구성은 일축했지만 의회의 탄핵조사엔 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스트라다의 이같은 제안에도 불구하고 3일 집권당인 '민족주의자 대중투쟁당' 소속 마누엘 빌라 하원의장이 대통령 탄핵지지 의사를 밝힌 뒤 동료의원 40명과 함께 탈당했다.

이에 앞서 원내 부총무와 하원 경제위원장을 포함한 다섯명의 집권당 하원의원이 탈당한 바 있다.

이로써 탄핵을 지지하는 하원의원 수가 90여명으로 늘어났다.

대통령을 상원의 탄핵재판에 회부하는 데 필요한 수는 '재적의원의 3분의 1' 인 73명이다.

필리핀 헌법상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하원의 결의를 거쳐 상원에서 재적의원 24명 중 최소 16명이 찬성해야 하는데 상원의 여당 의석수가 18석이어서 이들의 대규모 탈당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한 에스트라다가 탄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야권은 4일 전국적으로 대규모 사임촉구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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