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목발 짚은 승객에 "택시 탈 것이지" 핀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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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전 다리를 다쳐 목발을 사용한 남편이 병원에 갈 때 생긴 일이다.

택시를 이용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버스를 타기로 하고, 그래도 다소 편할까 해서 좌석간 간격이 넓은 고급 좌석버스에 올랐다.

그러나 차를 타는 순간부터 내릴 때까지 목발을 짚은 남편은 모험을 해야 했다.

차를 탈 때 기사는 양미간을 찌푸리며 "얼른 타라" 고 재촉했고 미안한 마음에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했지만 자리를 잡기도 전에 급출발을 하는 바람에 남편은 중심을 잃고 앞으로 넘어졌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으나 기사는 단 한마디 사과도 없이 "택시나 타지 뭐하러 버스를 탔느냐" 며 오히려 화를 내는 것이었다.

게다가 내릴 때도 "빨리 빨리" 를 연발하며 발이 땅에 닿기도 전에 문을 닫는 것이 아닌가.

일반버스의 두배나 되는 요금을 지불하고 고급좌석을 이용할 때는 보다 나은 친절과 편안함을 기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지만 그런 친절은커녕 몸이 불편한 사람에 대한 배려를 찾아볼 수 없었던 이 고급 좌석버스 운전기사의 모습을 보고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김정은.경기도 과천시 원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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