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 자주 쓰이는 단어 인민·사람·말·당 순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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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북한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단어는 뭘까.

평양의 사회과학출판사가 펴낸 '조선말대사전' (1992년 3월)은 부록으로 '사용 빈도가 높은 어휘 일람표' 를 소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일반명사는 '인민' 이다.

다음으로 ▶사람▶말(言)▶당(黨)▶혁명▶나라▶투쟁▶일▶자기 등이 사용 빈도 10위 안에 들었다.

분단 이후 남한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는 '인민' 이 북한에서는 빈번히 입에 오르내리고, 당과 혁명.투쟁 등 북한체제의 특성을 반영한 단어들이 눈에 띈다.

이밖에 생활.놈.건설.동무.집.통일.동지.사상.요구.민족.수령.전투.전사.주체를 비롯, 사회주의 체제와 김일성.김정일 부자(父子) 특유의 통치방식이 물씬 풍기는 말들이 뒤를 이었다.

조선말대사전은 "1백4만7천여개의 단어를 가진 문화예술.사회정치.과학기술.신문보도 등 1백80여개 분과 과목의 현대 조선말 본문을 분석.조사해 얻은 어휘 빈도수 목록"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북한은 66년 5월 김일성 주석의 교시에 따라 서울말 대신 평양말을 '문화어' (표준어)로 삼고 말다듬기 사업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수령.혁명전적지.밥공장 등 5만여개의 새로운 어휘가 등장했고, ▶브래지어→가슴띠▶도넛→가락지빵▶아이스크림→얼음보숭이 등 외래어가 우리말로 대체됐다.

한편 지난주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이 발간한 '한국의 형태소 및 어휘 사용 빈도의 분석 1' 은 남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사람' 이라고 밝히고 있다.

90년대 전반에 나온 신문기사.소설.수필.인문 교양서적 등 1백27종에 실린 우리 글 1백50만 어절을 컴퓨터로 분석한 이 연구에 따르면 '사람' 에 이어 ▶때▶일▶말▶사회▶속▶문제▶문화▶집▶경우 등이 빈도 10위권에 들었다.

남북한 모두 '사람' 이란 단어가 사용 횟수 1, 2위를 다투고 ▶말▶일 등이 공히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빈도를 기록한 데서 이질화 못지 않게 여전히 같은 민족으로서의 언어동질성도 확인할 수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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