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찬씨 "말 맞추자" 10차례 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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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자살한 전 금융감독원 비은행검사1국장 장내찬(張來燦)씨가 유서에서 "옛 동료의 부인 李모(55)씨를 도와주려 불법행위를 했다" 고 언급한 것과 관련, 李씨는 1일 張씨의 유서 내용을 거의 대부분 부인했다.

두 사람의 서로 진실 일부를 숨긴듯한 엇갈리는 주장으로 사건을 둘러싼 의문이 더 커지고 있다.

李씨는 이날 기자와 만나 "張씨가 내 이름으로 차명 주식투자를 하려한 것같으며 나도 피해자" 라고 말했다. 또 "이번 사건과 관련, 張씨가 내게 입을 맞추자고 부탁했다" 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이날 구미의 사찰에 있던 李씨를 소환, 조사했다.

◇ 평창정보통신 주식 이익금=張씨는 유서에서 "지난 1월 평창정보통신 주식 2만3천주를 투자해 얻은 이득 7억원 모두를 李씨에게 주었다" 며 "모든 것은 가까이 지내다 암으로 숨진 전 J투자금융 감사(李씨의 남편)의 가족에 도움을 주기 위한 행위였다" 고 주장했다.

하지만 李씨는 "張씨가 '7억원을 사모님이 계좌에 맡아 달라' 고 해 그렇게 했다" 며 "그 사람이 자기 이름으로 관리를 하기 어려워서 내게 맡긴 것 같다" 고 말했다.

李씨는 "그런 거금을 무엇 때문에 내게 주었겠느냐" 고 반문했다. 그러나 계좌를 빌려줄 때는 무언가 이익을 기대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가능하다.

또한 그는 "내가 주식투자 정보를 알려달라고 부탁했다는 張씨의 언급은 거짓말" 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 손실보상 요구=張씨는 "李씨가 산 한국디지탈라인의 주가가 떨어지면서 손해를 봤다며 5억원의 손실보상을 요구, 이에 따라 나와 동방금고가 10억원어치 주식을 사줬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李씨는 "張씨가 지난 3월 '그 주식을 사면 큰 돈을 벌 수 있다' 고 해 張씨가 준 7억원에 여기저기서 끌어모은 돈 3억원을 합해 10억원의 주식을 샀다" 고 말했다.

李씨는 "그후 주가가 계속 떨어져 지난 9월 말까지 모든 주식을 10분의 1 가격에 처분, 일부 빚을 갚고 사찰로 내려왔다" 며 손실 보전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말 맞추기 의혹=李씨는 "張씨가 도피 중 10여차례 전화를 해 '도와달라' '사모님 살려주세요' 라는 등 애원했다" 고 밝혔다.

이 사찰 관계자도 張씨가 몇차례 전화를 걸어온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李씨는 "張씨가 '잘못하면 9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사모님이 얘기를 잘해주면 집행유예도 가능하다' 는 말을 했다" 고도 주장했다.

또 유서에 나온 내용을 불러주면서 돈 거래 날짜 등을 외우라고 요구하다 지난달 30일 오후 통화에서는 "모든 것이 드러나 어렵다. 사실대로 얘기하라" 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는 것이다.

구미=홍권삼.조문규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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