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셈이 채택한 북한에 대한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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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베트남에서 그제 폐막된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는 예년에 비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테러.고유가 등 국제현안과 역내 간 경제협력에 대해 구체적 내용을 담은 45개 조항의 의장성명이 채택됐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하면서 이 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한 점이다. 지난 9월 중 열리기로 했던 제4차 6자회담은 북한의 거부로 무산됐다. 앞으로의 전망도 극히 불투명하다. 북한이 우리의 실험실 핵물질 추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등을 회담 거부의 핑계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북한의 주장은 아무런 타당성이 없다. 우리의 핵물질 추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조사 결과 '단순한 소규모의 과학적 실험'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라는 것도 북한이 늘 써먹어 온 구태의연한 논리다.

그럼에도 북한은 최근까지 '6자회담 무용론'을 되풀이하고 있다. 안타까우면서도 우려스럽다. 북한은 왜 이렇게 국제사회의 흐름에 역행하려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무엇보다 북한은 핵 문제를 둘러싼 자신들의 오락가락한 태도부터 고쳐야 한다. 어떤 때는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위협했다가 나중엔 '그런 주장은 미국의 모략'이라는 식으로 나오니 누가 신뢰하겠는가.

북한은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를 본 후 나름대로 판단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그러나 공화.민주당 후보 중 누가 되든 북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은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1, 2차 TV토론에서 민주당 케리 후보가 부시 대통령의 늑장 대처로 '북한이 보다 많은 핵무기를 갖게 됐다"고 한 언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아야 한다. 그것은 북한의 핵 보유는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미 대선도 얼마 남지 않아 북한에 주어진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더 이상 막무가내식 주장을 하지 말고 아시아.유럽 39개국 정상의 권고를 수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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