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바로 보자] 공무원 연금제 뒤늦은 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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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정부는 공무원 연금제도의 수술에 본격 착수했다.

정부가 공무원들의 이해가 직결된 연금제도에 손을 댔다는 점에서 이는 '개혁적인 결단' 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의 문제점이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혁은 하기도 힘들지만 정권이 개혁 앞에서 얼마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몸을 사리는가를 보여준 전형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사실 1960년에 도입된 공무원 연금제도는 공무원들이 내는 부담금에 비해 퇴직 후 받게 되는 연금이 큰 '저부담-고지급' 시스템으로 설계돼 시간이 지나면 기금이 고갈되리라는 것은 당연했다.

역시 80년대 이후 들어선 역대 정권들도 모두 이런 문제들을 파악했으면서 수술을 외면해온 것이다.

그나마 정부가 공무원 연금제도에 처음 손을 댄 것은 YS 집권 시절인 95년. 제도 도입 35년 만에 처음으로 6천억원의 적자가 발생하자 공무원과 정부의 부담률을 5.5%에서 6.5%로 올리고, 연금을 받는 연령도 올렸다.

그러나 이런 제도 개편도 땜질식 처방이었다는 점이 금세 드러났다. 97년 말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구조조정으로 인한 퇴직자가 급증하자 기금 재정이 바닥나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80년에 1천8백명이던 연금 수령자는 올 6월 말 현재 14만명으로 20년새 77배나 늘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수입금액은 2조3천억원에 불과한 반면 지출액은 이보다 두배 이상 많은 5조1천억원에 달했다. 올 연말이면 남는 금액이 1조2천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DJ정부는 지난달 다시 공무원과 정부 부담률을 내년에 9%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문제가 더 시급해지자 비로소 제도를 뜯어 고치겠다고 나선 것이나, 그것이 국회를 통과해 법 개정이 되고 그 결과 기금 재정이 좋아질지는 여전히 의문을 남기고 있다.

이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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