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근본적 개혁 필요"…서울 온 아키노 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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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필리핀에 진정으로 필요한 건 체제개혁이다. 조셉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위기 모면을 위한 단기적인 해결책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개혁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

현직 대통령 뇌물 스캔들로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진 필리핀 정국에 대한 아가피토 부츠 아키노(61.사진) 하원의원의 진단이다.

2일 개막하는 민간단체 지도자 모임인 아시아.태평양네트워크(PAN)총회에 참석키 위해 지난달 31일 한국에 온 그는 1986년 암살 당한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전 상원의원의 친동생이자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의 시동생이다.

형 암살 뒤 정계에 투신, 두 차례 상원의원을 지냈다.

- 필리핀에서 연일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86년 마르코스 독재를 몰아낸 '민중의 힘' 운동을 연상케 하는데.

"정치지도자들 부패에 염증을 느낀 시민들이 평화적 방식으로 시위하고 있어 비슷한 점이 많다. 거리로 나선 사람들은 주로 중간계층 시민들이다.

주요 언론은 반(反)에스트라다 입장이다. 하지만 빈곤계층에선 에스트라다 지지율이 여전히 높다. "

- 당시 '민중의 힘' 운동 지도자였는데 이번엔 어떤 입장인가.

"에스트라다 사임운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나는 보다 근본적인 정치.사회개혁을 추구한다.

현재 시스템으론 대통령이 바뀌어도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그리고 내가 속해 있는 라반민주당(라반은 '투쟁' 이란 뜻)은 집권당인 인민대중당(PMP) 주도의 연립에 참여하고 있다."

- 앞으로의 정국 전망은.

"현재 22명의 상원의원 중 17명이 여당 소속이어서 탄핵안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에스트라다가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은 더욱 작다. 하지만 에스트라다는 유능한 정치인이어서 결국은 정국을 수습할 것이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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