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수로용 기자재 처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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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북한의 해안포 발사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남쪽에서는 경수로 지원사업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는 절차가 시작됐다. 하지만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해 생채기는 오래 남을 전망이다.

한국전력공사는 북한 신포 경수로 공사에 공급하려다 사업중단으로 국내외에 보관해오던 기자재를 모두 매각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공식 매각 공고는 지난 18일 공개됐다. 한전은 3월 2일까지 입찰참가 신청을 받아 같은 달 22일 입찰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매각 대상 물품은 원자로용기와 증기발생기·냉각재펌프 등 원자로 설비 관련 24종과 터빈날개·발전기회전자 등 터빈 발전기 관련 9종, 격납건물철판과 천장크레인 등 보조기기 8종 등 모두 41개 품목이다. 한전은 낙찰가를 총 1억1267만 달러(약 1300억원)로 정했다.

기자재는 경남 창원의 두산중공업과 미국 뉴잉턴의 웨스팅하우스, 일본 고베의 미쓰비시, 홋카이도의 히타치 공장 등에서 제작 중이었다. 하지만 공사 시작 8년10개월 만인 2003년 사업이 전면 중단됐고, 장비들은 반제품 상태에서 각 제작사가 보관해 왔다.

기자재 소유권은 원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있었다. 한전은 1억5000만 달러에 이르는 사업 청산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기자재를 떠안았다. 이 장비들은 한전의 골칫거리였다. 한 해 보관료만 100억원이 넘게 들었다. 지난 연말로 의무 보관기간 3년이 끝났으나 기자재가 대부분 구형 모델이어서 제값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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