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뛰는 야구로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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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곰 발바닥' 이 닳도록 뛰어라. 두산에 아직 '발' 은 살아 있다.

우즈.심정수의 대포는 침묵을 지키고 시즌 팀 최고타율(0.338)을 기록한 김동주는 부상으로 타선에서 빠졌다.

이제 '발야구' 로 승부를 거는 수밖에 없다. 시즌 1백15개의 도루로 8개 구단 최다도루를 기록한 두산의 기동력 야구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두산의 발야구는 '날다람쥐' 정수근과 '쌕쌕이' 김민호가 이끈다. 정수근은 47개로 도루왕 3연패를 달성한 국내 프로야구 대도(大盜)다. 김민호는 23개로 5위를 차지했다. 둘은 최고의 '전문털이 2인조' 다.

상대 배터리가 조금만 방심하면 허를 찌르는 도루로 내야를 흔들고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2루건 3루건 가리지 않는다.

두 콤비는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5개의 도루를 성공시켜 LG 배터리와 내야를 흔들며 경기 흐름을 바꾸었다.

두산은 이들의 기동력 야구로 1승2패로 뒤지던 플레이오프의 흐름을 뒤집고 결국 3연승, 4승2패로 한국시리즈 티켓을 따냈다.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정수근은 1번, 김민호는 9번 타순에 배치됐다.

9번 김민호는 볼넷 두 개에 도루 한 개, 3루타를 때려내며 만점 활약을 펼쳤으나 정수근이 침묵했다.

정은 4타수 무안타로 한 차례도 출루하지 못했고 2회말 2사 1, 2루와 7회말 1사 3루에서는 범타로 물러나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김인식 감독은 1차전 패배 뒤 "둘의 타순을 바꾸는 것도 고려 중"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타순에 상관없이 둘의 기동력이 살아나야 두산 공격에 숨통이 트인다.

타격에는 슬럼프가 있어도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 이들의 발이 살아 있기에 두산에 희망이 남아 있다.

수원〓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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