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3대 격전지] 플로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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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 남동부의 플로리다주는 선거인단이 25명으로 넷째로 선거인단이 많은 주다. 이곳에서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플로리다주 지사인 젭 부시는 공화당 대선후보인 조지 W 부시의 친동생이고 인기도 높다. 동생 덕에 부시 후보는 10%포인트 이상 차이로 앨 고어 후보를 앞서왔다. 하지만 갈수록 격차가 좁혀져 지난 여름 양당 전당대회 이후엔 우열을 가늠하기 힘들어졌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하나는 마이애미를 중심으로 한 동남부 지역에 밀집한 유대인들이 고어에게 몰표를 던지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인 데다 이번 선거에선 유대계인 조셉 리버먼 상원의원이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나왔다.

양당 후보의 복지정책, 특히 노령층을 대상으로 한 의료보험 정책도 고어 상승, 부시 하락의 중요한 요인이다.

연중 온화한 기후의 플로리다는 미 전역에서 은퇴한 퇴직자들이 모여들어 노령인구 비율이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초조해진 부시는 동생인 젭 부시 지사의 막판 지원을 기대한다. 젭 부시는 주지사 업무를 소홀히 한다는 비판이 겁나 몸을 사렸지만 막판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바람몰이에 나섰다.

형이 낙선하면 2년 뒤 주지사 선거에서 당장 자신의 재선 가도마저 흔들릴 우려가 있다. 그는 지난 24일 밤 공화당 텃밭인 북부 잭슨빌의 한 대학에서 열린 부시 후보 유세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어 진영도 지난 주 리버먼 부통령 후보를 마이애미로 보내 맞불을 놓았다. 플로리다는 부시와 고어의 싸움이 아니라 잽 부시 주지사와 리버먼 민주당 부통령 후보간 경쟁양상이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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