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프랑스 외교 갈등해결 초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러시아.유럽연합(EU) 정상회담 참석차 29일 파리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맞아 프랑스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푸틴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그동안 소원했던 양국 관계가 정상궤도에 오르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양국관계는 지난 3월 푸틴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부터 꼬여만 갔다. 프랑스는 이를 풀어보려고 지금까지 여섯 차례나 푸틴 대통령을 초청했지만 그는 다른 유럽 국가를 방문하면서도 정작 가장 먼저 자신을 초청한 프랑스는 외면했다.

일본에서 열렸던 G8 회담에서도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는 세번이나 만났지만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는 회담 자체를 거절했다.

체첸사태의 특수성을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비난을 선도한 프랑스를 용납할 수 없다는 푸틴의 생각 때문이었다.

프랑스는 체첸사태 개전 초부터 러시아의 대응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구시대적 작태" 라 맹비난하고 러시아에 대한 EU 제재를 부추겼다.

또 푸틴의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는 전문에도 "당선을 계기로 러시아 전역이 평화를 되찾을 수 있길 바란다" 며 간접적인 압력을 가했다.

5월엔 스위스은행 스캔들을 이유로 프랑스내 은행에 예치된 러시아측 자산 일부를 동결했고, 7월엔 밀수 혐의로 러시아 선적 범선 세도프호를 나포했다.

양국의 이런 냉각관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달 26일 성명을 통해 "프랑스의 일관성 없고 모순이 많은 대외정책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러시아의 중요한 파트너" 라고 유화적인 손짓을 보냈다.

프랑스도 위베르 베드린 외무장관이 나서 "체첸 문제가 '프랑스와 러시아 관계에서 '우선순위 문제는 아니다" 고 화답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후 푸틴이 이번에 유럽연합 정상회담 참석을 빌미로 프랑스를 방문한 것이다. 하지만 양국은 아직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시라크 대통령이 체첸문제와 관련해 어떠한 지적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달 초 파리에서 열렸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 결렬에 시라크 대통령의 팔레스타인 편들기가 일조를 한 전례가 있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대다수 여론이 "프랑스의 대외정책이 변한 것은 아니지만 러시아에 빗장을 걸어 잠글 필요는 없다" 는 식이어서 양국간 외교긴장은 이번 기회에 어떤 식으로든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