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동네북' 신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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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총리실이냐, 재정경제부냐' .

금융감독원의 소관부처 논쟁이 다시 일고 있다. 현 직제상 금감원은 국무총리실의 지휘.감독을 받도록 돼있다.

현 정부 출범 초인 1998년, 논란 끝에 재경부의 권한비대를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이렇게 정했다.

그러나 금감원이 '정현준 게이트' 의 한복판에 놓이면서 30일 여야의원들에 의해 금감원에 대한 관할권 문제가 제기됐다.

국회 연구모임인 '경제비전 21' 이 이근영(李瑾榮)금감위원장을 초청해 연 조찬 토론회에서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박병윤(朴炳潤.시흥)의원은 "금감원은 기능상 총리실 산하로 가야 할 게 아니다" 며 "경제논리에 따라 일할 수 있도록 하려면 재경부 밑으로 가는 게 옳다" 고 주장했다.

朴의원은 "총리실 산하가 되다 보니, 재경부는 손을 못대고 감사원 감독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김만제(金滿堤.대구 수성갑)의원은 "국회에서 (민주당과 자민련이)갈라먹기식으로 그렇게 한 것 아니냐" 고 꼬집었다.

DJP공동정부 출범 당시 '민주당=청와대, 자민련=총리실' 로 권력을 분담하는 과정에서 정치논리가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금감원의 권한집중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이어졌다. 金의원은 "기업구조조정 결정권과 감시기능이 분리돼야 한다" 며 권한 분산론을 폈다.

반면 민주당 홍재형(洪在馨.청주상당)의원은 "금감위의 내부통제 기능 마련 등 큰 틀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고 신중론을 폈다.

금감원의 반관반민(半官半民)적 성격의 문제점을 꼬집는 질문에 대해 이근영 위원장은 "원래는 공무원 조직으로 출발하려고 했는데 노조가 반대했기 때문에 안 됐다" 고 말했다.

李위원장은 "지난 2년간 금감원 조직의 장단점이 파악된 만큼 바로 연구용역을 주어 연말까지 개편안을 만들 방침" 이라고 설명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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