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남침례교와 결별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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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미국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독실한 침례교 신자인 지미 카터(76)전 대통령이 최근 자신이 속한 교파인 남침례교와 결별을 선언했다.

카터는 지난 20일 미국 전역 7만5천명의 남침례교 교인들에게 보낸 '공식결별선언' 편지에서 "남침례교의 경직된 교리해석이 개인적인 기독교 신앙의 원칙들과 맞지 않기에 결별을 선언하는 고통스런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고 밝혔다고 뉴욕 타임스등 미국 언론들이 최근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카터는 "최근 남침례교회 지도자들의 목회방침이 경직화돼가는 현상을 보면서 이질감을 느껴왔으며, 개인적으로 더이상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 교단 지도자들의 보수화를 비판했다.

남침례교는 미국을 대표하는 교단이며, 기독교 교파 중 우리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프로테스탄트 교단이다.

보수적인 남침례교단은 지난 6월 총회에서 여성을 성직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공식방침을 확정했으며, 카터는 이같은 교단의 보수적 결정에 반발해 결별을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단은 이에 앞서 "아내는 남편에 순종해야 한다" 는 보수적인 방침을 선언하는 등 최근 급속한 보수화 경향을 보여왔다.

이에 대해 남침례교 대표인 제임스 메리트 목사는 "카터 개인의 종교적 신념이나 성향은 남침례교와 상충되는 면이 많았다.

그러나 남침례교인들의 대다수는 우리가 지향하는 노선에 찬성하고 있기에 앞으로도 우리는 이같은 신앙노선을 계속 지켜나갈 것" 이라고 밝혔다.

카터의 이같은 결별선언은 남침례교가 최근 보수파들에 의해 주도되는 가운데 덜 보수적인 중도파 교회나 '협력침례교협의회' 와 같은 모임이 보수화를 비판해 온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카터는 그러나 50여년간 계속해온 고향 조지아주 마라나타 침례교회 주일학교 교사활동은 계속할 것으로 전해졌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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