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 수교협상 30일 재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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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제11차 북.일 수교협상이 오는 30~31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다. 양측이 올해 들어 7년반 만에 무릎을 맞댄 이래 세번째 협상이다.

이번 회담은 양측 관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험대란 점에서 어느 때보다 주목된다. 남북한과 북.미 관계의 진전, 북한과 유럽국가의 수교 러시라는 새 환경 속에서 열리는 데다 북.일 양측 모두 지난 두차례 회담에서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협상에서 북.미와 같은 깜짝쇼가 연출될 가능성은 없다. 양측 수석대표가 대사급으로 재량에 한계가 있는 데다 최대 쟁점인 일본의 과거청산과 북한의 일본인 납치의혹에 대한 입장차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식민지배 사과와 보상을 통한 과거청산을 선결과제로 내세우고 있고, 일본은 납치문제에 대한 성의있는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그래도 협상이 겉돌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일본은 대북 고립을 피하기 위해 과거청산과 관련한 진전된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북측이 주장하는 보상 형식은 피하면서 경제협력 자금 규모를 타진하는 방안이다. 일본 언론들은 무상.유상을 합친 자금이 67억달러(니혼게이자이), 90억달러(도쿄신문)에 이를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북한도 어떤 형태로든 성의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지난달 결정한 대북 50만t 쌀 지원 계획은 아직 집행되지 않은 상태다. 회담이 꼬이면 일본의 관련 예산이 국회를 통과하기 어렵다.

홍성남 북한 총리는 이미 일본에 감사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일본엔 쌀 지원이 일종의 보험금 역할을 하는 셈이다. 북한으로선 당면 경제과제 해결을 위해서도 일본의 자금 지원은 절실하다.

그러나 일부에선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납치문제 해결책으로 검토돼 온 피랍자의 제3국 발견 방식이 공개된 데 대해 북한이 문제삼을 수도 있는 데다 다른 뾰쪽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 문제로 리더십이 떨어진 모리 요시로(森喜朗)내각과 본격 협상에 나설지 의문이란 지적도 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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