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김형임 2승 따내 기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이젠 아들 준형이에게 '엄마 대회에 갔다올게'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요. "

지난주 뉴서울CC에서 끝난 한빛증권 클래식 골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형임(36.스트라타)은 기쁨보다 안도의 심정을 내비쳤다.

1989년부터 필드를 누비고도 우승컵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였지만 올해 롯데오픈에 이어 2승을 거둬 강수연과 다승 공동선두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시즌 상금 총액도 6천6백여만원으로 뛰어 이 부문 4위. 90년 5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으니 전성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1m60㎝의 작은 키에 드라이버샷 거리는 2백30야드 남짓이다.매년 상금랭킹 10~20위권을 맴돌았던 그가 갑자기 덩치 큰 후배들을 물리치며 전성기를 맞게 된 이유는 바로 달라진 정신력 때문이다.

남들 같으면 우승 후 하루쯤 푹 쉬었을 테지만 김형임은 그 이튿날에도 골프백을 메고 필드로 향했다.

그에겐 '한국의 줄리 잉크스터' 나 '한국의 팻 허스트' 등의 별명이 붙었다.주부로서 가정과 필드를 모두 지켜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주부선수가 우승한 적은 많으나 김형임처럼 한 해에 2승을 모두 연장전에서 거둔 예는 없다.그런 까닭에 김형임의 2승은 더욱 값지다.

"골프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어요. 승부에 집착하지 않고 아들에게 자랑스런 엄마가 되겠다고 최선을 다하다 보니 여유가 생긴 때문인가 봐요. "

'마음을 비워야 한다' 는 골프의 금언을 성적으로 입증한 셈이다.김형임은 27일 개막되는 현대증권 여자오픈(제주 핀크스GC)에 출전해 세계적인 선수인 로라 데이비스, 김미현 등과 우승을 겨룬다.

성백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