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언론인이 쓴 잡지만들기 전투 '정글에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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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실패는 혐의만으로도 비난받지만 성공은 모든 시비를 잠재우는 만병통치약이다' .

누구도 성공을 기대할 수 없었던 한국 최초의 영화 주간지를 1995년 창간해 5년동안 편집장을 맡으며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매체로 키워낸 '씨네21' 전 편집장 조선희(40)씨의 에세이 '정글에선 가끔 하이에나가 된다' 에서 던지는 가장 확실한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조씨의 스토리는 하이에나 떼가 득실대는 세상에서 비난받지 않기 위해, 그리고 성공하기 위해 스스로 하이에나의 길을 택한 한 지식인 여성의 삶을 보여준다.

자살.자해 충동까지 느낄 정도로 모든 걸 바쳐 가까스로 잡지 창간호를 내고, 주위의 우려섞인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2년만에 8억원 흑자 매체로 올려놓기까지의 과정은 한마디로 치열하다.

그런 열과 성으로 그는 성공했고, 소설을 쓰기 위해 스스로 편집장을 그만둔 5월 전까지 영화판에서 일종의 '권력' 을 누릴 수 있었다.

신문사에 입사해 성차별의 벽을 뚫지 못하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작한 문화부 생활이 그의 운명이 돼버린 조씨가 19년의 언론사 생활을 마감하며 남기고 싶었던 얘기는 아마 치열하게 살아온 삶,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의 확신에 찬 인생관은 많은 직장인에게 귀감이 될만'하고 그의 바람대로 두 딸의 모델이 되기에도 충분'하다.

하지만 그가 일을 위해 가차없이 포기한 가사생활에 대한 생각이라든지, '객관 보도상의 문제는 없지만 이해당사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면 반론을 실어주면 되고, 기사가 오보였다면 정정보도를 실어주면 된다고 배짱 편하게 생각한다' 는 언론관 등 수긍키 어려운 부분도 눈에 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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