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 펀드' 정·관계 차명 가입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한국디지탈라인 정현준(鄭炫埈.32)사장이 주가 조작을 위해 조성한 사설 펀드에 정.관계 인사 다수가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투자자 내역' 이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鄭사장이 평창정보통신 등에 대한 주식투자를 위해 조성한 사설펀드에는 벤처기업 관계자와 사채업자뿐 아니라 유력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대거 가입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펀드 규모도 지금까지 알려진 50억~70억원보다 훨씬 큰 2백억원대로 파악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미 지난 8월부터 鄭사장의 사설펀드 조성 및 이를 이용한 주가조작 혐의를 포착, 수사를 벌여왔으며 대부분의 혐의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 결과 鄭사장은 올 들어 주식시장의 폭락과 함께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주가가 급락하자 사설펀드를 조성해 지난 2월과 6월 두차례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鄭씨의 폭로 이후 검찰은 특히 이 펀드를 투자자금 조성 외에 방패막이가 돼줄 정.관계 인사의 '재테크' 용으로 활용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전 금융감독원 비은행검사국장 장내찬(張來燦)씨도 바로 이 펀드에 1억원을 가입했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내 다른 간부.직원들도 이 사설펀드의 리스트에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검찰은 이 펀드에 가입한 총 4백73명 가운데 가명 또는 차명을 이용한 정.관계 유력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고, 일단 명단확인 및 개인별 투자금액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鄭사장이 동방.대신 등 두 신용금고에서 6백37억원의 불법대출을 받은 이유도 주가폭락으로 자신이 운용하던 사설펀드의 투자가 사실상 실패하자 펀드 투자자들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고 밝혔다.

모 자산운용사 대표는 "증시의 실력자들은 보통 자신들의 친구나 평소 챙겨야 할 사람들을 중심으로 사설펀드를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경우 위험을 줄이기 위해 보수적 투자를 하는 것이 원칙이나 鄭사장의 경우는 이들 펀드를 주가조작용으로 활용하면서 일이 더욱 꼬였을 가능성이 크다" 고 덧붙였다.

정경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