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초점…보건복지위] "국민연금이 현대 사금고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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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민연금기금이 현대그룹의 사금고냐. " (민주당 金泰弘의원)

24일 국민연금관리공단 국감에서 보건복지위 의원들은 연금기금의 방만한 운용을 거세게 추궁했다. 의원들은 지난해 연말부터 공단측이 현대그룹 회사채를 대량으로 사들인 것을 놓고 정부 외압설을 제기했다.

한나라당 이원형(李源炯)의원은 "현대투신 문제로 주가가 폭락하고 현대그룹 자금경색이 문제가 되던 지난 5월 29일 현대중공업 회사채 총 발행액 2천3백억원 중 2천억원어치나 매입한 경위가 뭐냐" 고 따졌다.

李의원은 "회사측이 채권을 발행한 당일 공단이 바로 매입한 것은 정부와 현대간의 물밑 협상에 기금이 활용된 증거가 아니냐" 며 "국민이 어떻게 공단을 믿겠느냐" 고 목청을 높였다.

민주당 김성순(金聖順).이종걸(李鍾杰)의원도 "지난해 12월 공단이 현대건설 회사채 1천억원어치를 매입할 때도 이미 채권시장에선 현대건설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이었다" 며 "공단이 무리하게 현대 채권을 매입한 것은 정부 지시 때문이 아니냐" 고 따졌다.

부진한 기금운용 실적도 문제가 됐다. 한나라당 손희정(孫希姃)의원은 "올 들어 공단측이 주식투자부문에서 1조2천여억원의 평가손을 입어 39.9%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며 "종합주가지수 하락률(33%)보다 저조한 실적" 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고진부(高珍富)의원은 "손절매 원칙을 어기고 물타기 투자를 하다 한국통신(전체 보유주식의 46%)주식에서만 54.7%의 평가손을 기록했다" 고 지적했다.

인경석(印敬錫)공단 이사장은 "현대중공업 회사채 인수는 신용평가기관 및 애널리스트의 조언을 받아 자체 결정했다" 며 "현대중공업은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조선업계도 호황이어서 투자가치가 있다고 봤다" 고 해명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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