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 식량 지원 작년의 15%에 불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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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이 올 1~10월 북한에 제공한 식량은 9만t 정도로 지난해(60만t)의 1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3만t은 지난해 제공분을 이월한 것이어서 올 들어 미국이 북한에 무상 지원한 식량은 정확히 6만t이다.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 감소는 세계식량계획(WFP)의 모니터 요원 증원을 둘러싼 평양 - 워싱턴간 힘겨루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1996년 11월 활동을 개시한 WFP(소장 D 모튼)는 북한당국에 대해 식량감시 모니터 요원을 늘리자고 요청해 왔다.

47명의 모니터 요원으로 연간 7백50만명의 주민들에게 식량분배 감시활동을 하기에는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현재 WFP는 본부가 있는 평양 외에 ▶평북 신의주▶함북 청진▶개성시 외곽 등 다섯곳에 지방 사무소를 두고 있다.

모튼 소장은 북한 당국에 모니터 요원 58명 증원 계획을 전달했다. 최소 11명은 더 있어야 평양~지방간 연락업무와 식량분배의 투명성도 어느 정도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WFP의 접촉창구인 외무성(백남순)과 농업성(이하섭)등에서도 처음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더니 지난 여름 갑자기 '증원 불가' 입장으로 돌아섰다.

관측통들은 '모니터 요원〓미제 스파이' 라는 시각을 갖고 있는 국가안전보위부가 배후에서 제동을 걸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 당국의 이같은 증원거부에 대해 워싱턴은 즉각 '식량제공 중단' 으로 맞섰다. WFP의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식량을 지원해 주고 있는데 북한이 이렇게 나온다면 미국도 더는 식량지원을 할 수 없다는 논리다.

WFP도 북한에 대한 보복조치로 지난 6월 북한 농업개발을 위해 자체적으로 마련한 '중장기 복구계획(PRRO)' 을 취소했다.

관측통들은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평양방문이 그동안 중단된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을 재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다음달 중 30만t(9천만달러)상당의 대북 식량지원 계획을 발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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