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물건너 간' 중동평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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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가 2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과의 중동평화협상을 전면 중단한다" 고 선언했다.

이스라엘의 이른바 '타임아웃(협상 중단)' 선언은 이날 폐막한 아랍국 정상회담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공동 대응방안을 담은 성명이 나온 이후에 나왔다.

바라크 총리는 "아랍국 정상들이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을 협박했다" 고 비난한 데 이어 "그동안의 평화 협상 등 외교정책을 재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 며 이같이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날 팔레스타인인들이 유대인 정착촌에 수차례 총격을 가하자 요르단강 서안 베들레헴 인근의 팔레스타인 마을 베이트 잘라를 봉쇄했으며 지난 19일 이.팔 양측이 폭력 종식에 합의한 직후 폐쇄를 해제했던 가자지구 공항의 항공기 운항을 다시 금지시켰다.

이에 대해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바라크는 지옥에 갈 것" 이라고 폭언을 한 뒤 "우리 민족은 독립국가 팔레스타인의 수도인 예루살렘으로 향한 길을 계속 걸어갈 것" 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중동평화협상이 전면 중단됐으며 양측간 대화도 일단 단절됐다. 1993년 오슬로 협정에 따라 7년동안 계속돼 온 '대화를 통한 점진적인 중동평화협상 타결 방안' 의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달은 것이다.

바라크 총리는 성명 발표 직후 이스라엘 극우 정당인 리쿠드당 당수인 아리엘 샤론에게 비상 거국 내각정부 구성을 제의했다.

이는 바라크 총리가 팔레스타인 문제에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평화협상 중단선언이 곧바로 전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어차피 양측의 유혈충돌이 계속되는 동안에 중동평화협상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바라크 총리가 국내 정치 및 외교 분야에서 자기 목소리를 낸 것" 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오슬로 평화협정에 격렬히 반대하는 샤론 당수와 손을 잡아 이번주 개회하는 크네세트(의회)에서의 불신임 투표를 돌파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거국내각이 구성되면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에서 이스라엘의 기본 입장은 더욱 강경해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이 때문에 팔레스타인은 타임아웃 선언이 나오자 "평화과정은 이제 소수 아랍 지도자들의 마음 속에 허구로서만 존재한다" 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뉴스위크는 최신호에서 "중동 평화과정 결렬시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당국이 통치하는 지역의 대부분을 다시 점령하는 암호명 '가시밭' 계획을 추진중" 이라고 보도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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