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에리직톤은 중국 신화 속 ‘포효’라는 짐승이다. 사람의 얼굴과 손톱을 가졌으나 몸은 양이요, 이빨은 호랑이인 괴물이다. 구오산(鉤吳山)에 살면서 구미호(九尾狐)처럼 사람을 홀려 잡아먹었다고 전한다. 그런데 성질이 탐욕스러워 사람을 잡아먹고도 만족하지 못해 제 몸까지 물어뜯었다고 한다.
억제할 수 없는 ‘식욕의 고통’은 신화 속 얘기만은 아니다. ‘에리직톤 증후군’이라고 해도 됨 직한 ‘프래더윌리(Prader-Willi) 증후군’을 앓는 환자에겐 현실이다. 대뇌의 시상하부 기능 장애나 염색체 이상으로 생기는 병인데, 한없이 먹어도 배부른 줄 모른다. 당연히 비만을 초래하고 심장병과 당뇨병, 고혈압, 뇌혈관 질환 등의 합병증을 얻는다. 식사량 조절이 절대적이지만 그게 여의치 않아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란다.
저주나 질병까진 아니더라도 비만이 만인(萬人)의 고민거리인 건 분명하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브리짓이 데이트를 앞두고 섹시한 팬티를 입을지, 아니면 똥배를 감추기 위해 체형 보정용 속옷을 입을지 고민하는 건 그나마 애교로 봐줄 수 있다. 비만 때문에 건강을 해치거나 돈이 들어가는 지경에 이르면 문제가 심각하다.
유럽 항공사인 에어프랑스가 4월 1일 출발분부터 뚱뚱한 사람에게 ‘비만 할증료’를 부과할 계획이라는 소식이다. 지난해 10월 미국에선 구급차 업체들이 비만 환자에게 정상요금의 최고 두 배나 되는 할증료를 부과해 논란이 됐다. 이러다간 또 어떤 비만 할증료가 생길지 모를 일이다. ‘새해 결심’ 리스트에 살 빼기를 넣은 사람이 많을 터다. 이미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돼버렸거나 흔들리고 있다면 이참에 결심을 새로이 다져보는 것은 어떨는지.
김남중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