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숙씨 모노드라마 '로젤' 학교 순회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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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요즘 연극배우 김지숙씨는 아이돌 스타 HOT.핑클이 부럽지 않다.

지난 7월부터 넉달째 수도권 일대의 30여개 고등학교를 돌며 모노드라마 '로젤' 을 무료공연하고 있는 그의 홈페이지(http://www.kimjisook.com)에는 10대팬들이 보내는 찬사의 메일이 연일 쌓이고 있다.

*** 10대 팬 e - 메일 쏟아져

"어제 김지숙님의 연극이 제가 태어나서 처음보는 연극이었어요. 아마 그 연극을 보지 못했다면 평생 연극이란걸 접하지 못하고 살았을지도 몰라요.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한동안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더군요.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 주신 것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울분을 떠뜨리시며 연기하시는 선생님의 열정을 몸소 느꼈습니다.집으로 돌아오면서 저도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만약 선생님이 연극에 등장하는 로젤이였다면 어떤 삶을 사셨겠습니까. 요즘 시대의 여성이라면 어떤 역경이라도 꿋꿋이 이기고 스스로 새로운 삶을 개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메일뿐 아니다.공연이 끝난 뒤 몰려드는 수백명의 학생에게 사인을 해주고 나면 집에 갈 기운도 남아있지 않을 때가 태반이다.

"너무 힘들어 요즘엔 병원에서 링거를 맞으며 무대에 서고 있어요. 하지만 미래의 관객인 10대들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 언더그라운드 문화운동가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김씨가 무료 순회공연을 시작한 이유는 영화에 익숙해진 요즘 아이들에게 연극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1977년 극단 현대에 입단해 연극판에 뛰어든 이후 84년 백상예술대상, 대종상 신인상, 86.87년 최고의 연극배우상 등 스타로 군림해온 그가 언더그라운드 활동에 나선 이유다.

"지난 20년간 연극무대에 서면서 '연극은 관객이 없다' 는 자조적인 말이 가장 듣기 싫었어요. 현 연극계의 일회성 관객 모으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연극은 지루한 것이라고 생각해온 예비 관객들에게 연극의 진면목을 보여줘야지요. "

*** 91년 초연후 85만명 동원

순회공연 작품 '로젤' 은 그의 대표작이다.91년 초연 이후 2천3백여회 공연에 85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이 작품에서 김씨는 뭇 남자에게 배신과 이용을 당하다 거리의 여인이 된 주인공 로젤의 사연을 관객들과 대화하듯 연기한다.

김씨는 이 작품이 10년간 장수하고 있는 이유가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이런 삶을 사는 여성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성문제나 가정폭력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 작품을 통해 아이들에게 인생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아이들과 상담을 하면서 학교연극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됐습니다.

김씨는 1년이상 학교순회공연을 한 뒤 아이들에게 연극을 직접 체험시키는 계획을 갖고 있다.학교연극을 꾸준히 발전시켜 10년쯤 뒤에는 학생들을 주축으로 하는 세계적인 연극축제를 만든다는 것이다.

김씨는 11월 한달간 휴식한 뒤 12월엔 수능을 마친 학생들을 위해 또다시 순회공연에 나선다.

벌써 80여개 학교와 사회단체가 공연신청을 해왔다는 그에게 이렇게 무료공연만 하면 어떻게 먹고 사느냐고 묻자 "몇몇 기업체의 후원금으로 버티고 있다.

신승재씨를 비롯해 송태성.고청미씨 등 자기 일을 제쳐놓고 순회공연에 참여하고 있는 주변 친구들의 도움없이는 불가능했다" 며 이들에게 공을 돌렸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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