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분기 순이익 1조7,000억원 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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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삼성전자가 23일 자사주 매입에 나선 데다 올 3분기에 사상 최대의 이익을 냈다고 발표했음에도 주가는 하락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6천5백원(3.9%) 하락한 16만원을 기록했다.

이날 주가 하락은 외국인과 기관들이 자사주 매입을 물량 축소 기회로 활용한 데다 3분기 실적은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어렵다며 15만~20만원의 박스권 등락을 예상했다.

시가총액 비중 1위인 삼성전자의 주가 등락은 종합주가지수 움직임과 바로 연결되는 만큼 국내 주식시장도 '게 걸음질' 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 향후 영업실적이 중요하다〓삼성전자는 이날 올 3분기 매출은 8조8천억원, 세후 순이익은 1조7천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상 최대라는 2분기 실적을 뛰어넘은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지 여부인데 전망은 불투명하다. 우선 9월 이후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9월 8달러대에 거래되던 반도체 현물시장 가격은 최근 4달러대로 떨어졌다.

아시아 현물시장에서는 3달러50센트 수준에서도 거래되고 있다고 대우증권 전병서 수석연구위원은 말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계약 가격은 6달러대이지만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시간문제라 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중은 매출의 33%, 이익의 65%에 달하는 만큼 반도체 가격 하락은 실적 악화로 연결된다.

호황기라 할 수 있는 4분기 반도체 경기마저 지지부진해 내년 이후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SK증권 전우종 기업분석팀장은 "반도체 및 초박막 액정(TFT-LCD) 가격 하락이 본격 반영되는 4분기의 삼성전자 경상이익은 3분기에 비해 17% 가량 축소될 것" 으로 예상했다.

◇ 주가는 횡보 불가피할 듯〓이날 삼성전자가 보통주 39만주를 전일 종가보다 5% 높은 가격인 17만4천5백원에 매수주문하자 기관과 외국인들은 매도로 대응했다.

외국인들은 반도체 경기 불투명으로 비중 축소에 나서고 있는데 이날 자사주 매입을 물량 축소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국내 기관들도 10월말에 뮤추얼펀드 만기 도래로 환매에 응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매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증권 우동제 반도체팀장은 "반도체 경기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주가 상승을 이끌기에는 부족하다" 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2001년 1월 19일까지 보통주 3백만주, 우선주 40만주 등 4천8백24억2천만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할 예정이다.

LG투자증권 구희진 책임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 현물 가격과 미국 반도체 주식 움직임에 따라 결정될 것" 이라면서 "상승세를 타기는 힘들어 보이며 15만~20만원에서 횡보할 것" 으로 내다봤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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