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프 비즈킷의 '핌프 록'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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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50대쯤 된 한 중년의 신사가 신문사로 전화를 걸어 "핌프 록이 대체 무엇이냐" 고 물어온 적이 있다.

서태지가 핌프 록 음악을 들고 컴백했다는 보도를 접했는데 그게 도대체 뭐냐는 것이었다. 서태지의 노래를 듣고 그는 핌프 록이 어떤 것인지 궁금증을 풀었을까.

핌프 록은 힙합과 메탈을 결합한 형식에 젊은이들의 불만에 찬 가사를 담아낸 음악. 핌프 록이 관심을 끌었을 때 대표적인 그룹으로 거론된 두 이름이 바로 콘과 림프 비즈킷이다.

이중 림프 비즈킷이 최근 3집 음반 '초컬릿 스타피시 앤드 더 핫도그 플레이버드 워터' (초컬릿 불가사리와 핫도그맛 물)를 선보였다.

서태지가 몰고온 핌프 록 바람 덕분에 이 앨범은 기존의 팬은 물론이고 새롭게 이 장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서태지도 이 음반에 대한 관심이 커 음반 발매 몇 주 전에 한국 배급사인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에 음반을 먼저 들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림프 비즈킷은 94년에 결성됐다. 서태지가 '신' 이라고 추켜세울 정도로 이 계열에서 대접을 받는 콘과 림프의 인연은 각별하다.

림프의 보컬리스트인 프레드 더스트가 콘이 그들의 마을에 공연왔을 때 베이시스트 필디 아비주에게 문신을 해준 것을 인연으로 서로 친구가 된 것. 콘은 림프의 데모를 듣고 자신들의 프로듀서인 로스 로비슨을 소개했고 앨범 계약까지 성사시켰다. 림프의 1집은 2백만장, 2집은 6백만장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번에 새 앨범을 발표하면서 림프 비즈킷은 수록곡 중 '마이 제너레이션' 과 '롤링' 두 곡을 싱글음반으로 동시에 발표했다.

굉음에 가까운 사운드를 쏟아내지만 이들의 음악은 무척 신나고 심지어 매끈하기조차 한 발랄함도 갖추고 있다.

이들의 고향이 플로리다주라는 사실을 알면 거침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경쾌함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으로 그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를 갖춘 셈이다.

3집 수록곡중 '마이 제너레이션' 앞에 담긴 '핫도그' 라는 곡부터 하드코어 팬들을 사로잡는다.

점잖은 사람들이 들으면 당혹스러울 정도로 속된 언어가 쉴 새 없이 쏟아지지만 그 리듬과 속시원하게 내뱉는 외침이 그들만의 매력을 발휘한다. 확연히 다른 두 가지 버전으로 수록한 '롤링' 도 눈에 띈다.

묵직하고 번득이는 연주가 가미된 것과 짓궂을 만큼 현란한 보컬로 채운 것이 각기 다른 맛을 자아낸다.

놀라운 얘기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힙합과 하드코어 록이 가장 성행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유니버설 뮤직의 오윤성씨는 "댄스뮤직이 지배적인 한국에서 하드코어가 환영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아이러니컬하다" 고 말했다.

팝 관계자들은 하드코어 계열에서 '악마' 로 불리우는 마릴린 맨슨도 최근 "한국에서 공연하고 싶다" 고 밝혀왔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워하고 있다.

림프 비즈킷의 새음반이 국내에서 핌프 록의 저변확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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