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M] 연쇄 정상회담 안팎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보화의 급속한 진전에 따라 아시아와 유럽이라는 지리적 구분조차 무색해지는 시대가 됐습니다."

'서울 ASEM' 의장인 김대중 대통령은 20일 연설 때마다 아시아와 유럽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金대통령은 특유의 문명사적인 분석으로 "영토국가의 대립시대에서 조화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향해 역사는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다" 고 역설했다.

아시아와 유럽이 각자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가운데 교류를 통해 영향을 주고 받은 '다양성의 존중' 이라는 공통의 미덕을 풍부한 역사적 사례를 들어가며 지적했다.

그러면서 金대통령은 ASEM을 영향력 있는 국제기구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시아와 유럽의 교량역을 자임한 것이다.

개회사에서 金대통령이 제시한 두 대륙간의 협력을 위한 공동과제에 '인류 공동의 번영' 이라는 그의 철학이 배어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설명했다. 金대통령은 ASEM의장으로서 의제와 서울선언문 작성을 꼼꼼히 챙겼다고 한다.

이어지는 단독정상회담에서 金대통령의 초점은 이같은 다자(多者)간의 가교역할에 맞춰져 있었다. 때문에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 한국과 프랑스의 양자 문제는 회담 뒤 오찬에서 주로 얘기했다고 박준영(朴晙瑩)대변인은 전했다.

포울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와 만나서도 국제문제에 대한 의견교환으로 당초 20분으로 예정된 회담이 40분으로 늘어났다.

특히 金대통령은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참여' 시키려는 데도 비중을 뒀다. 개별정상회담은 물론 전체회의에서도 북한문제는 가장 중요한 의제로 취급됐다. "이제 남한만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보고 정치해야 한다" 는 金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이에 따라 북한과 유럽국가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촉구하는 서울선언을 채택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영국.독일.네덜란드 정상이 서울에 들어와 북한과 수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朴대변인은 "金대통령이 꾸준히 권고하고 있어 ASEM을 계기로 대북 수교를 선언하는 나라는 더 늘어날 것" 이라고 전망했다.

金대통령은 북한이 국제사회로 나오면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경제는 개방하게 될 것"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이라고 기대했다.

이것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의 교류를 확대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 金대통령이 내건 '한반도 중심론' 의 한 부분이다.

경의선이 유럽과 한국을 연결해 물류를 늘린다는 것이다. 金대통령은 또 육로와 함께 초고속정보통신망사업도 두 대륙을 이어줄 통로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김진국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