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식총재 "이산상봉 얘기좀 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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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정부가 19일 북한에 '이산가족 문제의 성의있는 해결' 을 촉구한 것은 이달 들어 속도조절을 핑계삼아 남북간 접촉을 피하고 있는 북측을 압박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장충식(張忠植)한적 총재는 대북 서한에서 "귀측의 태도는 회담 상대방에 대한 신의를 저버린 것으로 6.15공동선언 정신에도 전적으로 부합하지 않으며, 신뢰와 화해.협력의 새로운 남북관계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자세" 라며 강도높게 따졌다.

정부의 대북서한은 첫째,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차일피일 미루다가는 올해 안에 두 차례 더 갖기로 한 방문단 교환과 이산가족 생사확인, 서신교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적인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후보자 명단을 교환하고 13일에는 생사확인 결과 통보까지 마쳤어야 하지만 아직도 북측은 '상부의 지시가 없다' 며 버티고 있다.

둘째는 남북관계 일정 전반이 꼬일 것을 염두에 둔 조치다. 북한은 지난 18일부터 평양에서 열려던 2차 경제실무접촉을 아무런 이유 없이 미뤄버렸다. 또 경의선(京義線) 복구를 위한 우리 군당국과의 접촉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며 유엔사(미군)와 논의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셋째는 북.미 공동성명과 다음주로 예정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방북 등 북.미관계 진전에 남북관계가 밀려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다. 어느 한쪽만 독주하다가는 북한의 새로운 통미봉남(通美封南)전술에 말릴지도 모른다는 것.

넷째는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약화할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한적 張총재가 너무 나간 것 아니냐" 며 북한측 눈치만 살피는 모습을 보여 대북 접근의 보폭(步幅)에 대한 시각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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