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초점…과기정보위] 비밀번호 통제없이 제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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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회 과기정보위 소속 한나라당 김진재(金鎭載.부산 금정구)의원이 감사원 감사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불법.부당한 감청 및 정보제공 실태' 자료는 국민들의 통신 비밀 보호에 위해요인이 되고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수사기관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일반전화는 물론 휴대폰.무선호출.e-메일까지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통신내용을 알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이미 SK텔레콤 등 14개 통신사업자들이 1997년 1월부터 지난해 6월 말까지 2천2백88회에 걸쳐 3천4백94개의 비밀번호를 수사기관에 제공한 것으로 지적한바 있다.

데이콤.한국PC통신 등 PC통신 사업자는 이 기간 중 1백88회, 6개 e-메일 서비스업체는 2백13건의 통신 내용을 수사기관에 협조했다는 것이다.

일부 국회의원이나 기업 임원 등 사회 주요 인사들이 휴대폰을 서너개씩 가지고 다니고, e-메일 비밀번호나 서비스회사를 수시로 바꾸는 이유가 여기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통신 감청에서 가장 문제가 심각한 것은 비밀번호 제공이 아무 통제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신비밀을 보장받기 위해 사용하는 비밀번호가 되레 통신 내용 감청에 악용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비밀번호는 휴대폰.e-메일.무선호출 등 거의 모든 통신에 사용하며,가입자들이 자신만이 아는 숫자나 영문자 등을 섞어 쓴다.

이 비밀번호를 모르면 휴대폰의 경우 음성메시지를 들을 수 없다. e-메일은 편지를 받거나 보내지 못한다.

이는 비밀번호만 알면 가만히 앉아서 통신내용을 엿볼 수 있다는 얘기다. 金의원은 "한번 제공한 비밀번호는 이용자가 그 번호를 바꾸지 않는 한 감청허가 기간에 관계없이 통신을 엿들을 수 있다" 며 그 폐해를 지적했다.

그는 "감청 협조 때 통신업체들은 비밀번호를 알려줘서는 안되며 필요한 통신내역만 제공해야 한다" 고 대안을 제시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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