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김재박·김용희 벼랑끝 결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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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여우' 김재박(46.현대)과 '신사' 김용희(45.삼성).

아마 시절엔 국가대표 3.4번을 치던 절친한 선후배, 프로야구에선 최고스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두 사람이 감독이 돼 피할 수 없는 한판을 벌이게 됐다.지면 감독직을 내놓을지도 모를 처절하고도 절박한 싸움이다.

두 감독이 그저 화려한 야구인생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현역 시절 김재박 감독은 실업팀에서 뛰기 전까진 철저히 무명이었다.

1960년대말 야구부가 있는지조차 생소한 대광고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김감독은 전국 무대를 밟아본 경험이 손꼽을 정도였다.

당연히 서울 어느 대학에서도 받아주지 않자 그는 당시 처음 야구부가 생긴 영남대에서 창단 멤버로 뛰기 시작했다.

처연히 짐을 싸서 낙향한 그의 야구 인생에 전기가 마련됐다.바로 '호랑이' 배성서(56)감독을 만난 것. 배감독의 혹독한 훈련 속에서 그는 야구에 눈뜨기 시작했고 기량은 일취월장했다.

창단 3년 만에 전국 무대를 제패했다.이후 한국화장품으로 스카우트돼 최고의 유격수로 그라운드를 누볐고 프로에서도 MBC와 태평양을 거치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감독으로서도 96년 현대의 사령탑을 맡아 데뷔 첫해 준우승, 98년 한국시리즈 우승 등으로 명성을 이어갔다.

반면 김용희 감독은 엘리트 코스만 밟아왔다.최고 야구 명문 경남고를 나와 고려대로 진학, 바로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1m90㎝의 큰 키에서 나오는 장타력은 당대 최고. 국가대표 4번타자는 늘 그의 몫이었다.프로에서도 '올스타 MVP' 에 두번이나 선정되는 등 화려했다.

그러나 감독으로서 김용희는 불운했다.94년 롯데 감독으로 데뷔했으나 95년 준우승을 차지했을 뿐 팀은 만년 하위팀에 머물렀다.

결국 5년 만에 고향팀에서 쫓겨나는 신세로 전락했고 올시즌 삼성 감독을 맡아 재기를 노리고 있다.

김재박 감독은 정규 시즌 최다승(91승)기록을 달성했지만 재계약 여부는 불투명하다.시즌 내내 프런트와 마찰을 빚어 왔기 때문이다.

시즌 내내 프런트와 마찰을 빚어 '미운털' 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김응룡 삼성 영입설' 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김용희 감독은 한치 앞을 알 수 없다.

우승을 못할 경우 감독 경질은 이제 현실로 다가와 있다.그래서 한국시리즈 길목에서 만난 두 감독은 운명적 대결을 벌일 수밖에 없다.

그건 단순히 감독직을 건 싸움만이 아닌 최고 스타로서의 자존심도 함께 걸려 있기 때문이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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