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 장관 "여당서 발목잡으면 어떡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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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예금 부분보장제도의 당정회의를 위해 17일 아침 국회 귀빈식당에 도착한 진념(陳稔)재정경제부장관은 입술에 잔뜩 힘을 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기자들을 보자 작심한 듯 이 제도에 반대의견을 제기한 정치권을 향해 불만부터 털어놓았다.

"의원들이 자금 이동만 걱정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에 투자하고 있는 5백억달러가 유출될 가능성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무엇보다 정책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정치적 파장을 얘기하는데 문제가 되면 내가 책임지고 그만두면 되는 것 아니냐. " 민주당에 대한 불만도 토해냈다.

"밖이나 야당이 그러는 건 이해되지만 여당이 발목을 잡으면 어떡하나. 내가 설 자리가 없어지지 않나. 난 괜찮지만 공무원을 불러다 질책만 한다면 앞으론 (당정회의에)나오지 않겠다" 고 얘기했다.

陳장관은 경제 위기론과 관련한 비판 중 '억울한 내용' 이 적지 않음을 하소연하는 말도 했다.

"예금 부분보장제도를 너무 모른다. 1인당 보장인데 가구당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어떤 비경제부처 장관이 나한테 전화해 '2천만원이면 폭동난다' 고 해 차 한잔 마시며 설명해 줬다.지금 상황이 이 정도다. "

한바탕 쏟아놓고 회의장에 들어간 陳장관은 2시간 넘도록 민주당측과 격론을 벌였다. 박병윤(朴炳潤)의원 등은 "이 제도를 시행하면 우량 금융기관으로 돈이 몰려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며 "일본도 연기하고 있으니 3년 늦춰 시행하자" 고 주장했다.

그러나 陳장관은 "기업.금융 구조조정은 국민에 대한 약속" 이라며 "만일 못한다면 내가 물러나야 한다" 고 배수진을 쳐 정부안을 관철시켰다.

회의 후 한 의원은 "陳장관이 달라보였다. 어제 청와대 보고 때 대통령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나" 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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