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수도권 종합계획부터 세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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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70.8%, 96.2%, 1백12.4%' .

지난해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1998년도 서울 주택보급률이다. 계산방식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한다.

이중 가장 낮은 70.8%가 공식 수치다. 정부는 주택을 '소유개념' 으로 보며 다세대 주택도 1주택으로 계산한다.

그러나 거주개념으로 '한개 이상 방, 전용부엌.화장실, 독립출입구를 갖춘 공간' 을 주택으로 보면 서울 주택보급률은 이미 1백%를 웃돈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로 결국 수도권에도 살 곳은 충분하다는 뜻이다.

최근 국토연구원이 '불쑥' 신도시 필요성을 제기했다. 연구원은 요즘 그린벨트를 제대로 풀고 난(亂)개발도 막는다는 취지로 '광역도시권계획, 국토이용체계 개편에 관한 법률, 수도권 과밀화 억제방안 등' 을 정부.여당과 함께 마련하는 중이다. "1백% 자가(自家)보급률이 목표인가" . 많은 전문가가 연구원의 속내를 궁금해 한다.

당장 건설교통부가 연구원을 등에 업었다. 여당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한 추진의지를 보이며 ' '선(先)개발 후(後)계획' 이라는 '비판에도 막무가내더니 결국은 대통령의 질책까지 들었다.

지금까지 지구(地區)계획 없이 아파트를 한두채씩 여기 저기 지은 개발을 난개발로 비판하며 각종 대책을 마련한 건교부.국토연구원이다.

왜 수도권 전체의 비전을 담은 종합계획 없이 여기 저기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난개발로 보지 않는가.

수도권 마스터 플랜이 없는 가운데 며칠만에 급조 계획한 분당.일산 신도시의 부정적 파장-분당없는 용인 난개발이 가능했을까. 땅값이 비싸 일산에 못들어간 출판단지가 결국 어디로 갔는가-을 생각해야 한다.

먼저 종합계획부터 세워야 한다. 수도권 구석구석을 조사해 적절한 기능을 정해야 한다. 지식산업이 정착한 교외지역이 도심보다 더 많은 부가가치를 생성하는 시대다.

나라 전체의 경제활동을 북돋우며 후손도 잘 사는 수도권 계획에 슬기를 모아야 한다. 신도시는 이 계획의 비전을 달성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검토돼야 한다.

정부 일각에서 '국토를 보는 눈' 은 아직도 구태의연하다. 토지공사 등 업자들 일거리 확보 차원으로,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판교 일대 땅을 노리는 신도시 추진이 가당한 일인가. 사고(思考)의 패러다임을 바꾸자.

음성직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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