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빗나간 대입특별전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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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입 특별전형의 특기자 선발제도가 방향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본래의 도입취지를 크게 벗어난데다 일반 학생들과의 형평성도 맞지 않는 등 파행운영이 말썽이다.

학생의 창의성.독창성을 길러 국가경쟁력을 높이자는 당초의 좋은 뜻은 오간 데 없다. 일반 학생들의 허탈감.박탈감만 더하고 죽도 밥도 아닌 이런 제도는 속히 고쳐져야 한다.

현행 특기자 선발제도의 가장 큰 허점은 수험생의 특기와 동떨어진 대학 학부.학과에 입학을 허용하는 데 있다고 본다.

영어 등 어학능력자 또는 수학(數學)능력자를 높이 사 입학시키려면 그들의 특기와 능력에 걸맞은 특정분야로 진학시키는 게 당연하다.

그래야 '한 가지라도 똑 부러지게 잘하는' 학생을 길러내 국가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영 딴판이다.

영어특기자를 컴퓨터공학.의학 분야에 입학시키는가 하면, 일부 대학은 유명세를 타는 가수.탤런트 등을 그 사람의 특기와 동떨어지든 말든 모셔가지 못해 안달을 한다.

이러니 죽어라 책에 매달리는 일반 수험생들의 어깨가 축 처지고 학부모의 불만요인도 되는 것이다. 특기생을 뽑는 데만 급급해 대학수학(修學)능력은 충분히 감안하지 않아 생기는 부작용도 매우 심각하다.

이런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간 뒤 수업과정을 따라잡지 못하고 낙오 또는 중도탈락하는 것은 큰 손실이다.

이런 식의 어처구니없는 제도 운영은 본인이나 나라에 모두 불행이고, 제도도입의 본래 뜻에도 어긋나는 어리석은 짓이다.

특기자 선발제도는 그 취지와 목적에 적합하게 바뀌어야 한다. 수험생 개개인의 특기와 학과의 관련성이 높은 분야에 국한해 입학을 허용하는 것이 옳다.

대학들도 인기인 유치와 이를 통한 홍보전략으로 일반 학생들을 끌려는 얄팍한 행동을 삼가야 한다.

특기자가 대학수업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 가려내는 자격기준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대학도 자율이라는 책임에 걸맞은 합당한 선발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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