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이름뿐인 프로야구 '양대 리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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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그라운드엔 '꿈' 도 '마술' 도 없었다.

시행 2년째를 맞은 프로야구 양대 리그 체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팀당 2~3경기가 남은 지난 10일 현재 드림리그 3위 삼성은 매직리그 1위 LG보다 승차에서 4게임이나 앞서 있다. 그러나 삼성은 준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하고 LG는 플레이오프 직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단일리그 체제라면 당연히 삼성에 유리한 상황이지만 리그 구분이 삼성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과거 단일리그에서 3, 4위간 격차가 3.5게임 이상일 경우 준플레이오프가 성립되지 못한다는 규정을 적용한다면 LG는 플레이오프는 고사하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도 가물가물한 상태다.

결과적이긴 하나 분명 공정하지 못한 '게임의 법칙' 이다.

2년 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야구팬의 흥미 유발' 을 이유로 양대 리그를 도입했다. 메이저리그의 아메리칸.내셔널리그나 일본의 퍼시픽.센트럴리그처럼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겉모양만 그럴듯 할뿐 속을 들여다 보면 국내 양대 리그는 단일 리그와 별로 차이가 없다.

미.일처럼 각 리그의 특성을 살리는, 즉 지명타자제를 유지하는가 마는가 등으로 차별화한 경기 방식이 없다.

또한 같은 리그팀이나 다른 리그팀이나 똑같이 상대팀과 19경기씩 치른다. 리그 구분의 의미가 없이 그저 반씩 나누어 줄을 세운 셈이다.

시즌 초반부터 드림리그 팀들이 월등한 전력을 과시하며 매직리그 팀들을 압도하자 양대 리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때는 드림리그 꼴찌가 매직리그 1위보다 승률이 앞섰다. 분명한 실력차는 팬들의 외면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올시즌 평균 관중은 지난해 평균 관중(6천1백명)보다 21%나 줄어든 4천8백여명에 불과하다.

KBO는 양대 리그 존폐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관중도 찾지 않고 공정하지도 못한 경기 방식을 고집할 명분이 없다.

'줄서기' 가 스포츠에도 통한다면 서글픈 일이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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