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화 주부의 아기교구 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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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아기가 태어나면 분유 값.이유식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지만 자라면서 낱말카드나 숫자놀이같은 교구를 사주느라 엄마들의 허리가 휜다.

한 세트에 보통 수십만원. 몇 달간 반찬 값을 아끼거나 따로 부업에 나서야 할 정도의 가격이다. 그렇다고 안 사줄 수도 없고, 매번 이웃이나 주변의 친지들에게 얻어주기도 쉽지 않다.

서울 강서구 목동에 사는 이경화(31)주부는 문방구에서 부직포와 도화지.색종이 등만 구입하고, 집에 굴러다니는 분유통.우유팩과 안 입는 옷을 이용해 아이의 교구를 직접 만들어 주고 있다.

이씨는 "획일화된 상품에서 벗어나 엄마의 정성이 담긴 '우리 아이만의 교구' 로 자연스럽게 폐품 재활용 교육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고 말했다.

16개월된 딸 예진이가 가지고 노는 각종 교구가 이씨네 아파트 거실 곳곳에 널려 있다. 이씨에게 교구만드는 방법을 들어봤다.

◇ 분유 뚜껑으로 만든 숫자놀이판〓분유 뚜껑 10개와 색종이, 풀, 투명시트지만 있으면 된다.

뚜껑 윗면에 색깔이 다른 색종이로 숫자(0~9)를 오려 붙이고, 아랫면에는 숫자만큼의 사과.배.오이.배추 등 각종 모양을 만들어 붙인 뒤 떨어지지 않도록 투명시트지로 마무리한다. 가운데를 자르면 숫자를 붙이는 놀이도 가능하다.

◇ 분유통으로 만든 끼우기 놀이기구〓분유통 겉은 예쁜 색종이나 스티커를 붙이고 뚜껑에는 갖가지 모양의 나무 블럭을 넣을수 있도록 삼각형.사각형.동그라미등의 모양을 칼로 오려낸다. 블럭을 뚜껑 안에 집어 넣으면 '땡그랑' 소리를 낸다.

◇ 우유팩을 이용한 소리블럭〓각각의 우유팩 안에 콩.모래.동전.좁쌀.방울 등을 넣고 겉은 부직포로 마무리한다.

또 다른 색깔의 부직포로 숫자.동물.기차 모양 등을 만들어 붙인다. 소리를 구별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 광고 전단지로 만든 낱말카드〓신문에 끼워 들어오는 각종 전단지에서 자동차.과일 등의 모양을 오려 도화지에 붙인 뒤 뒷면에는 단어를 쓴다.

한글은 물론 영어카드도 만들수 있다. 부족한 모양이나 캐릭터는 인터넷 유아사이트에서 인쇄해 만든다.

◇ 아빠 와이셔츠로 만든 손놀림교구〓끈 묶기.지퍼 올리기.단추잠그기 등 손동작을 배울 수 있는 교구. 아빠의 안 입는 와이셔츠를 가로.세로 20㎝로 잘라 여러 가지로 부직포를 만들어 붙여 책처럼 하나로 엮는다.

부직포는 운동화모양에 끈을 넣은 것, 청바지에 벨트를 넣은 것, 옷모양에 단추를 단 것, 지갑에 지퍼를 단 것 등 원하는 대로 만들면 된다.

◇ 부직포로 만든 역할놀이 인형〓손가락 크기 정도로 부직포를 잘라 동물.과일.여러 직업의 사람을 만든다. 이때 두 개씩 만들어 붙이고 가운데에 나무젓가락을 끼운다. 이야기나 동화를 들려주며 인형놀이를 하면 말을 익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 부직포 벽걸이 교통놀이판〓큰 부직포를 바탕으로 해 안 입는 와이셔츠나 못쓰는 천조각으로 길 모양을 오려 바느질하고 횡단보도.신호등을 만들어 고정시킨다.

소방서.은행.우체국.백화점 등 건물과 자동차와 사람 등도 만들어 붙인다. 도로에서 아이들이 주의할 점을 가르칠 수 있는데 집 근처 도로를 이용하면 이해하기가 한층 쉽다.

부직포는 올이 풀릴 염려가 없고 아이들이 물고 뜯어도 쉽게 찟겨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더러우면 세탁할 수도 있어 아기들 교구 재료로 안성맞춤이란 게 이씨의 설명이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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