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자리 창출 막는 걸림돌부터 치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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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가 일자리 창출(創出)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에서 첫 번째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열고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일자리가 1등인 국가가 되도록 하겠다”며 일자리 만들기에 전력을 다할 것임을 다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신규 취업 목표를 당초 20만 명에서 25만 명 이상으로 늘리기로 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고용을 늘린 중소기업에 대해 각종 정부 사업을 우선 배정하고, 법인세 등 세금을 깎아주는 ‘고용투자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취업 애로 계층이 취업할 경우 취업장려수당을 지급하고, 장기 실업자가 중소기업에 취업할 경우 월 100만원씩 소득공제를 해주기로 했다. 이 밖에 지방자치단체의 경비를 줄여 방과후 교사 등 지역공동체 일자리 3만 개를 만들고 창업 지원을 위해 3조50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도 조성할 계획이다. 정부가 짜낼 수 있는 온갖 일자리 창출 방안을 거의 망라한 셈이다.

우리는 이 대통령과 정부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의지와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그러나 이날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그런 의욕에 못 미친다는 느낌이다. 이 대통령이 지적했듯이 “사실 일자리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만들어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드는 유일한 길은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창업과 투자 확대가 고용 증대에는 즉효가 있지만 이들은 투자 여력이 달린다. 투자 여력이 큰 곳은 역시 대기업들이다. 대기업 투자의 고용 창출 능력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대기업이 공장을 증설하고 신규 투자에 나서면 관련 건설업체와 중소기업에서의 고용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고급 일자리의 보고(寶庫)인 의료·교육·법률·유통 등 핵심적인 서비스업의 규제를 풀겠다는 언급이 없는 점도 아쉽다. 일자리는 구호나 기념일 제정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진정으로 일자리를 늘릴 생각이라면 일자리 창출을 막는 걸림돌부터 치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