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작권 전환 일정 재조정 불가피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2012년 4월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한국 전환과 관련, “이명박 대통령도, 국방부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전시작전권 전환은 국가 간 약속이어서 (시기 연기 등의) 재조율은 한·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국가 간 약속”을 강조하던 종전 발언과 비교하면 전환 시기 조정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작권 전환은 노무현 정부의 설익은 자주의식과 해외 미군의 기동성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맞아떨어져 양국 간에 합의된 것이다. 한국군이 전작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출 수 있느냐에 대한 세밀한 검토 없이 날짜부터 정해 놓고 준비에 들어간 것이다. 당시 국방부는 2011년까지 151조원이 투입되는 국방 중기 계획에 따라 최첨단 무기들을 도입하면 대북 억제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핵우산은 계속 유지될뿐더러 유사시 미군의 보완 전력을 제공받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그런 전제들이 하나 둘 흔들리고 있어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예산의 뒷받침이다. 151조원을 확보하려면 국방비를 매년 9% 이상 늘려 나가야 한다. 하지만 2006년 8.7%, 2007년 8.8%였던 국방비 증가율이 올해는 3.6%로 급락했다. 2012년까지 13조5000억원이 부족하다는 게 국방부 전망이다. 정밀타격 등 첨단 무기 구입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설사 그런 예산이 있다 하더라도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한 첨단 무기는 억제력이 될 수 없다.

가뜩이나 2012년은 시기적으로 매우 민감한 해다. 한국에선 총선·대선이 동시에 벌어진다. 북한은 김일성 탄생 100주년인 이 해를 강성대국 원년으로 삼겠다고 큰소리쳐 왔다. 한반도에 어떤 격랑이 일지 예측불허(豫測不許)다. 이런 판국에 우리 안보의 최후 안전판인 한미연합사를 해체한다는 것은 극히 위험한 군사적 모험이 아닐 수 없다. 합의에 따라 비상한 각오로 전환 준비 작업을 추진해 나가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준비가 미흡하다면 마땅히 일정을 재조정해야 한다. 바늘구멍만 한 안보 공백도 있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