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아파트 부도 여파 일파만파로 번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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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우방의 부도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 가운데는 한푼 두푼 모아 우방이 지은 아파트를 마련하고도 등기를 하지 못해 애태우는 입주자도 있다. 이들이 언제쯤 진짜 집 주인이 될 수 있을지 짚어 본다.

㈜우방의 부도로 소유권 등기를 넘겨받지 못한 우방 아파트 주민들의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길게는 2년 가까이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3천6백여가구 주민들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며 각계에 호소문을 보내는 등 해결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우방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에도 등기 이전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해 주민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 막막한 입주민〓김천시 부곡동 부곡우방타운 주민 박모(45)씨는 요즘 애가 탄다. 집을 전세 놓고 그 자금으로 사업을 할 생각이지만 세입자를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우방의 부도로 아파트의 대지 등기가 돼 있지 않기 때문.

박씨는 "누가 등기도 제대로 안된 아파트에 거금을 주고 들어오겠나. 입주한지 2년이 다 되도록 '반쪽' 아파트에 산다는 게 말이 되느냐" 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곡우방타운 주민들은 98년 12월 입주했지만 우방이 취득세.등록세 등 5억1천여만원의 등기비용을 내지 않아 대지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고 있다.

부곡우방아파트 토지이전등기 추진위원회 피규섭(65)위원장은 "진정서.호소문을 곳곳에 보냈지만 뾰족한 방안이 없다" 며 답답해 했다.

그러나 이곳은 그래도 나은 편. 경주 명사마을, 구미 신천지타운, 대구 서재우방타운.우방송현하이츠 주민들은 우방이 금융기관에 아파트 부지를 담보로 돈을 빌려쓰면서 아직 '족보' 조차 없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주민들은 "등기가 되지 않은 탓에 전세를 놓는 것은 물론 금융기관에 돈을 빌리고 싶어도 담보로 잡지도 않는다" 며 "앞으로 어떻게 되겠느냐" 며 반문했다.

◇ 언제 등기할 수 있나〓우방측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만큼 법원에서 협의해 처리할 수밖에 없다" 는 입장이다.

부도 직전 1천억원의 금융지원을 요청한 것도 이들 아파트에 설정된 근저당을 풀기 위한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우방의 법정관리를 맡은 대구지법 제30민사부(재판장 김진기 부장판사)도 "장담할 수 없다" 는 입장이다.

김부장은 "주민들의 입장은 안타깝지만 다른 어려운 사람도 많은 만큼 아파트 주민들의 등기이전을 위해 우선적으로 돈을 쓰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며 "우방과 채권 금융기관이 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김부장은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등기에 1~2년이 걸릴 수도 있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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