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이회창총재 감정풀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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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회창 총재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칭찬 좀 해줬으면 좋겠다. " (청와대 관계자)

"金대통령이 수권(受權)야당의 총재 대접을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다. " (한나라당 관계자)

청와대와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여섯번째 '김대중-이회창 영수회담' (9일 오전 11시부터 오찬회동)의 성패가 이런 감성적 문제에 달려 있다고 했다.

金대통령은 소수정권의 어려움 속에서 국제통화기금(IMF)경제위기를 헤쳐나가고 역사적인 남북 화해정책을 이끌어 가는 것에 대해 李총재의 진심어린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李총재는 자신이 金대통령으로부터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고 한다.

金대통령이 자신을 직접 상대하지 않고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를 내세우려는 데 마음이 상해 있다는 것이다.

9일의 회동이 "DJ와 창(昌.李총재의 애칭)간 새로운 관계정립의 고비" 라는 말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의 정치적 파트너십이 성립할지에 대한 관심이다. 지금까지 대화채널이 막히고 상호불신이 쌓여 관계가 악화될 대로 악화된 두 사람이다. "상생(相生)의 정치" (4월 24일 3차회동)약속은 깨진 지 오래다.

그러나 양측은 이번 회동을 통해 협조관계를 구축해야 할 절박한 이유들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두 사람 모두 정치적으로 어려운 국면에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李총재의 측근은 "영수회담에서 현 정권과 대결하는 면모보다 나라의 위기를 걱정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李총재가 보여주게 될 것" 이라고 예고했다.

그동안 국회를 멀리한 것에 대한 여론 부담 때문이다. 李총재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2년반 뒤에도 우리가 야당을 할 수는 없다. 우리당이 국정을 책임질 만하다는 것을 보여주자" 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집권 후반기에 들어간 金대통령이 앞으로 할 일이 정말 많다" "국회에서 야당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는 말로 李총재의 국정 협조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金대통령이 李총재에게 '나는 당신의 차기 대통령선거 경쟁자가 아니다' 는 얘기를 할 수도 있다" 고 전망했다.

李총재가 金대통령에게서 제대로 대접을 받고 못 받고는 李총재 자신에게 달렸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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