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문제로 꼬인 여야 총무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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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민련에 '좋은 옷' 좀 입혀 주자는데 그것도 안된다는 말이냐. "

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무는 5일 오전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총무와의 1차 협상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좋은 옷' 이란 국회법 개정안 처리 문제에 대해 자민련의 입장을 살려주자는 것을 의미한다. 자민련의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국회법 개정 시한을 '정기국회 회기(12월 10일)내' 로 못박는 여야 합의문을 만들자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시한을 정하는 데 반대다. '여야 합의 처리' 만을 명시하자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균환 총무는 4일 밤 '적절한 시기' 라는 협상안을 내놓았다.

한나라당도 긍정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자민련의 강경한 태도를 접한 정균환 총무는 하루 만에 '회기 내' 로 다시 돌아섰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국회법 개정 시한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까닭은 양당의 '자민련 관리' 속셈이 다르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원내 과반 의석(1백37석)에 턱없이 모자라는 민주당(1백19석)은 자민련의 17석이 매우 소중하다.

자민련과 틀어질 경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집권 하반기 국정 운영은 큰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민국당.무소속 의원들의 협조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자민련의 협조없는 국회 운영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이라는 정균환 총무의 언급에는 민주당의 고민과 절박한 심정이 배어 있다.

金대통령이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와의 회동을 추진하는 것도 자민련의 이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한나라당의 자민련에 대한 공식 태도에는 큰 변함이 없다. 정창화 총무는 "자민련의 교섭단체 인정은 4.13 총선의 민의를 거스르는 것" 이라고 여러차례 말했다.

"교섭단체를 만들어 줘봐야 바로 민주당과 공조할 것" 이라는 의구심을 이회창(李會昌)총재는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한 부총무도 한나라당이 '합의 처리' 를 고집하는 이유를 "합의를 안해주면 그만이라는 뜻" 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에는 이같은 '자민련 고사론' 대신 자민련 활용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당직자는 "민주당과 자민련의 틈새를 파고들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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