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마땅찮은 당론 나도 따랐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5일 아침 박근혜(朴槿惠)부총재에게 아쉬움을 표시했다. 지난달 대구와 부산의 장외집회에 참석하지 않은 데 대해서다.

그런데 감정표시는 직설적이지 않았다. 李총재는 사석에서 "15대 정기 국회(1996년 12월)때 신한국당이 노동법을 단독으로 변칙 처리할 때 정말 마땅치 않았다" 며 "하지만 당론(黨論)으로 결정돼 새벽에 나가 참석했다" 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대법관 출신으로서 법안 강행처리에 참여한 게 부담스러웠다는 얘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야당인 국민회의(현 민주당)는 노동법 날치기처리에 강력 반발, 김영삼(金泳三)정권을 압박했다.

李총재의 발언에 대한 측근들의 설명도 조심스럽다. "총재의 말은 朴부총재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취지였으며, 그렇지만 당론이 결정되면 당인으로서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 이라고 했다.

그만큼 "李총재는 朴부총재의 움직임에 세심하게 신경쓰고 있다" 고 고위 당직자가 전했다. 朴부총재는 최근 총재단회의에 연속 불참했다.

이 당직자는 "시간이 흐르면 두분 사이에 오해가 풀릴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朴부총재는 기자와 통화에서 "편하게 정치하려 했다면 나도 대구집회에 참석했을 것" 이라고 한 뒤 "그동안 마음의 정리도 된 만큼 앞으로는 총재단 회의에 빠지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최상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