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대북 식량지원 배급투명성 확보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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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그동안 관심을 끌던 북한에 대한 정부의 식량지원이 마침내 결정됐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자체에는 동의하나 방법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예컨대 북한에 지원하게 되는 식량 규모와 시기, 지원형식, 국회 동의 여부, 지원될 식량의 투명한 배급문제 등이 그것이다.

지난달 28일 정부는 대북 식량차관을 50만t 규모로 지원하고 그 시기도 조속한 시일 내에 인도한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는 당초 북한의 식량 사정이 어렵다고는 하나 과연 1백만t까지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우리사회 내부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으며, 가급적 빨리 실시한다고 하는 것은 북한측의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식량지원 방식에 있어서도 북한은 이전까지의 식량지원과 달리 차관형식의 유상지원을 요청했다.

이는 그동안 대북(對北) 식량지원이 민족애와 인도적 차원에서 일방적 시혜의 형태로 이뤄졌던 것이 이제 차관이라는 경제적 거래관계의 방법을 취함으로써 쌍방 모두에 명분을 줄 뿐 아니라 상호 실리를 취할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차관제공 및 상환이라는 절차는 남북간 관계개선 및 신뢰 증진에 기여할 뿐 아니라 경제공동체로서의 상호 의존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대북 식량지원에 있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바로 국회 동의 문제와 지원된 식량이 제대로 북한 주민에게 배급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핵심이다.

전자(前者)는 이번 대북 식량지원이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다는 점을 담보하는 것이고, 후자(後者)는 군량미로의 전용을 우려하는 사회 일각의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통일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사회 일각의 주장도 일리는 있으나 대북 식량지원에 소요되는 비용은 남북교류협력기금으로 충당하며, 이 기금은 이미 국회 동의와 효력이 동일한 예산심의를 거쳐 조성된 것이므로 그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한 다시금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법리상 맞지 않다.

특히 남북관계가 당파적 이해관계를 초월해 다뤄져야 할 사안임을 감안할 때 정부가 예산의 범위 내에서 정책순위에 따라 탄력적으로 집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대북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상호신뢰 형성에 보다 유익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도 대북정책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국민적 합의며,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는 점을 명심해 국회 보고 등을 통해 국회와 긴밀히 협의하는데 소홀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동안 인도적 식량지원에 대해 국민 모두의 일치된 동의를 받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식량배급의 투명성 때문이었다.

그러한 점에서 지난달 25~26일 서울에서 열렸던 제1차 남북경협 실무접촉에서 끌어낸 식량제공과 관련한 합의서에 분배의 투명성 보장문제를 명시했다는 것은 높이 평가할 부분이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향후 현장 확인 등 식량 배급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지속적 조치와 노력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윤대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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