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황석영 중단편·희곡전집 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잘 가거라, 반생(半生)이여. 그리고 당시의 너처럼 숨가쁘게 세상을 돌아칠 모든 젊은 것들의 짝이 되어라. 오늘은 어제 죽은 자들의 내일이려니. 나는 다시 출발한다."

작가 황석영(57)씨가 비장하게 새출발을 선언하며 문학적 성과를 중간 결산한 '황석영 중단편전집' 과 '황석영 희곡전집' 등 총4권을 창작과 비평사에서 펴냈다.

중단편 전집에는 1962년 '사상계' 신인문학상 수상작인 '입석 부근' 에서부터 고전 반열의 '객지' . '한씨연대기' . '삼포 가는 길' 등 총 29편의 작품을 싣고 있다.

황씨 소설의 정수는 현실의식과 문예미학의 긴장된 결합에 있다.

끊임없이 현실에 동참, 문제의식을 던지면서도 구성이나 묘사.문체 등 문학의 미학성에도 충실, 지난 연대 문학도들의 교과서 역할을 해냈던 작품이 그의 소설들이다.

희곡전집에는 희곡 '장산곶매' 와 영화시나리오 '날랑 죽겅 펄에나 묻엉' 등과, 70.80년대 지역문화의 현장을 일구면서 쓴 마당극을 비롯한 각종 공연 대본 등 12편을 싣고 있다.

이런 현장 대본은 물론 황씨 문학은 언제나 현장이나 길위에 있었던 그의 삶에서 나온다.

데뷔작 '입석 부근' 은 62년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남도 지방을 떠돌다 쓴 것.

이후 절의 행자 노릇, 베트남 전 참전, 일용 노동자 취업, 전남 해남.광주.제주 등지에서의 지역문화운동, 89년의 방북과 이후 독일.미국 등지에서의 유랑생활과 93년 귀국 후 5년여의 투옥 생활 등 전방위적 현장과 떠도는 삶 자체가 그의 문학을 항상 젊게 했다.

환갑을 바라보면서도 황씨는 어떤 문학활동을 펼칠 것이냐는 물음에 전방위적으로 열려있는 작가답게 어디로 '튈지' 자기도 모르겠단다.

이경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