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거라, 반생(半生)이여. 그리고 당시의 너처럼 숨가쁘게 세상을 돌아칠 모든 젊은 것들의 짝이 되어라. 오늘은 어제 죽은 자들의 내일이려니. 나는 다시 출발한다."
작가 황석영(57)씨가 비장하게 새출발을 선언하며 문학적 성과를 중간 결산한 '황석영 중단편전집' 과 '황석영 희곡전집' 등 총4권을 창작과 비평사에서 펴냈다.
중단편 전집에는 1962년 '사상계' 신인문학상 수상작인 '입석 부근' 에서부터 고전 반열의 '객지' . '한씨연대기' . '삼포 가는 길' 등 총 29편의 작품을 싣고 있다.
황씨 소설의 정수는 현실의식과 문예미학의 긴장된 결합에 있다.
끊임없이 현실에 동참, 문제의식을 던지면서도 구성이나 묘사.문체 등 문학의 미학성에도 충실, 지난 연대 문학도들의 교과서 역할을 해냈던 작품이 그의 소설들이다.
희곡전집에는 희곡 '장산곶매' 와 영화시나리오 '날랑 죽겅 펄에나 묻엉' 등과, 70.80년대 지역문화의 현장을 일구면서 쓴 마당극을 비롯한 각종 공연 대본 등 12편을 싣고 있다.
이런 현장 대본은 물론 황씨 문학은 언제나 현장이나 길위에 있었던 그의 삶에서 나온다.
데뷔작 '입석 부근' 은 62년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남도 지방을 떠돌다 쓴 것.
이후 절의 행자 노릇, 베트남 전 참전, 일용 노동자 취업, 전남 해남.광주.제주 등지에서의 지역문화운동, 89년의 방북과 이후 독일.미국 등지에서의 유랑생활과 93년 귀국 후 5년여의 투옥 생활 등 전방위적 현장과 떠도는 삶 자체가 그의 문학을 항상 젊게 했다.
환갑을 바라보면서도 황씨는 어떤 문학활동을 펼칠 것이냐는 물음에 전방위적으로 열려있는 작가답게 어디로 '튈지' 자기도 모르겠단다.
이경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