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영수회담 사전조율 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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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번엔 성사되는 듯하던 여야 영수회담이 돌출 변수에 걸려 있다. 총무회담은 자민련의 교섭단체 여부가 걸린 국회법 개정 문제로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여권은 영수회담이 성사된 후 야당이 조율되지 않은 의제를 불쑥 꺼낼 가능성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 자민련 교섭단체=영수회담 조율을 위해 총무회담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 문제는 비교적 쉽게 풀릴 것으로 예상됐다.

한나라당은 운영위 날치기 원천 무효와 국회법의 여야 합의 처리를 요구했고 민주당은 신축적인 자세를 보였다.

한때는 '운영위 재심의' 가 합의된 것처럼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협상이 시작되자 이 문제는 최대 난제가 됐다. 민주당은 ▶법사위 심의(운영위 통과 기정사실화)▶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자민련의 협상 참여를 요구했다.

이번엔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이 "동티모르 파병 연장안 처리 때(9월 29일)민주당이 자민련에 회기 내 국회법 처리를 약속한 모양" 이라고 새로운 '밀약설' 을 들고 나왔다.

한나라당은 한때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 를 긍정 검토했으나 '이회창(李會昌)총재-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 밀약설' 이 불거지면서 '국회법 개정 저지' 쪽으로 돌아선 경험이 있다.

權대변인의 주장에 대해 자민련 이양희(李良熙)총무는 "절대로 그런 사실이 없다" 며 펄쩍 뛰었다.

◇ 돌출 의제 경계하는 여권=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3일 기자들에게 "이회창 총재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민주당 당적 이탈과 임동원(林東源)국정원장의 경질을 요구할지 모른다" 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金대통령이 국정에 전념해야 한다" 는 이유로 민주당 총재직과 당적을 정리할 것을 주장해 왔다.

林원장에 대해서는 "대북(對北)저자세가 지나치다" 고 비난하면서 사퇴를 요구했다.

이 두가지는 영수회담을 위한 실무 채널인 총무협상에선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영수회담이 열리면 李총재가 金대통령 앞에서 이 문제를 꺼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청와대와 민주당의 분석이다. 여권은 자칫 이 문제로 영수회담 결과가 나쁘다는 인상을 주게 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영수회담이 도리어 한나라당의 대여(對與)공세를 강화하는 빌미가 돼선 안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게 여권의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金대통령은 당적 이탈 등의 요구가 나오더라도 현명하게 대처할 것" 이라며 "국정의 책임있는 운영을 위해선 金대통령의 당적 보유가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林원장의 문제는 金대통령의 인사권에 해당되므로 야당이 왈가왈부할 게 못된다" 는 주장이다.

이상일.최상연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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